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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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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행중인 친구에게..


BY 가원 2004-02-06

친구야~

지금 너는 이국땅 어느곳에 귀웃거리고 있을까?
머리는 질끈 동여매고 맨발에 샌들하나 신고서
흐르는 땀 손으로 훔쳐가며 짙은 향내 맡아가면서 오늘도 서성이겟지

친구야~~
그곳엔 소주가 없어서 무얼마실까?
여기선 혼자서 여행하다가 낯선곳 아무곳이나 주저 앉아서
혼자서 술잔 기울이다가 ..때로는 주막 아줌마와 친구가 되어서
주거니 받거니 했다더니만..그곳에선 말동무 되어줄 친구하나
만들어서 맥주잔이라도 기울이고 있는거니?

언제나 당당하고 굳굳하게 사는 친구야
너의 내면의 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겉으로 보이는 너의 모습은
삶에 지친모습이 아닌 그냥 주어진 삶의 흐름대로 주어진 여건대로
순응하며 사는거 같아보였다
없으면 없는대로..또 있으면 있는대로..무엇하나에 골몰하지 않고
또 어쩐것에 집착하지도 않고 사는 여자 같았다
그럴길래 이렇게 툴툴 털어버리고 몇달씩 여행을 할수 있는거겠지?

기억나니?
가게에 수도가 고장났다고 가게문 탁 걸어잠그고 이곳에 내려와서
나랑 사흘을 여행다닌거..
곳곳에 구석구석 다 돌아 다녔지..저녁엔 집에 돌아와서 늦게까지
술잔 기울이며 이야기도 하면서 말이지
넌 그렇게 두명 이상 여행을 같이 다닌적이 없었다고 했었는데
늘상 혼자서 여행을 다녔다고 말이야
혼자 말고는 나랑 같이 다닌여행이 처음이라고....

후후~~
어느날,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너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뭐하니 밥안하고?"나 시방 밥하고 있는데"
예감이 이상해서 "너 어딘데?" 했더니 "니네 집 앞이다"
그때 시간이 아침 여섯시 반이 조금넘은 시간이었구나
뒤로 넘어갈뻔한 일은 현관문을 열었을때였다
넌 한발에 기부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서 있더라
울 신랑이랑 나는 그저 얼굴 마주보며 웃을수 밖에 없었다
그발로 그 새벽에 운전을 하고 오다니~~~~ 과연 너 답더구나

새벽에 가게문을 닫고 그길로 달려왔다고 했다
그만큼 나를, 우리집을, 울 신랑을 편하게 생각한거라 믿으니 나도 좋더구나

아~~ 이것도 기억나니?
언젠가 너의 가게에 친구랑 갔다가 친구는 돌아가고
난 너의 집으로 간일이 있었지?
그때 거의 새벽이었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어
너의 집앞 포장마차에서 빗소리 들으면서 꼼장어에 소주마시던거
나두 그런 분위기 참 좋아하는데..너두 그집의 단골손님인거 같더라
그리고 너의 집으로 들어갔는데..우와~~ 너의집 풍경 그거 말해도 될까? 마치 난장판인거 같더라 이삿짐 쌓으려고 막 엉켜놓은것 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편안하더라
난 늘 깨끗하게 흐트러짐 없이 그자리에 모든게 정돈 되게끔 살아왔는데..때론 그게 나를 옮아매고 피곤하게 하기도 했었지만 그걸 벗어버리지 못하고 살아 왔거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그 모습은 참 편하게 사는구나~~ 싶더라
한가지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께..
예전에 나 아는 동생이 술에 취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았는데 그걸 보면서 아~~ 참 제는 편하겠구나 했거던..왜냐면 난 술에 취해서까지 정신력으로 버티는 참 삭막한 여자거든..그래서 여직 술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술마시고 정신을 놓아버린 적이 없구나
훗, 이말하니까 생각이 나네..넌 술에 취해서 길에서 잔적도 있었다고 했었지..거봐라..넌 그만큼 머리에 복잡하게 계산 안하고 살잖니?
어떻데 난 그런거 까지 부러워 하면서 사니? 내가 넘 삭막하게 사는거 같다구 가끔 생각이 들곤해


친구야~~~
요즘 빈하늘을 쳐다보면 너 생각이 나더라
혼자서 여행하니 좋니? 더운 그곳에서 행복하니?
나두 언제가 기회가 되면 그렇게 훌훌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은게 꿈이기도 하다

오늘저녁에 너랑 몇번 간적이 있었던 지란지교에 갔더란다
눈이 무척 많이 왔었거든
그곳엔 눈이 오면 엽서의 그림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무척 아름답은
곳인거 너두 알지?
온통 하얀 눈속에 쌓여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냈더구나
벽난로 앞에서 토닥토닥 타는 장작불에 고구마 구운것도 꺼내먹고
뜨거운 차도 마시면서..창밖의 내리는 눈도 바라보니
세상 부러울것이 하나도 없더라
아무리 좋은 여행중이라지만....이런 풍경을 못본건 손해일거 같은데

친구야~~~
나두 지금 하루 여행이지만 계획하고 있단다..
너두 잘 아는 친구하고서 말이다

언제 너를 볼수 있을지 모르지만..여행 잘하고 와라
오늘 너가 문득 생각나기에..목소리도 들을수 없기에 너를 생각하며 몇자 끄적여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