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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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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간 이야기


BY candy 2004-02-05

 

 요 며칠 감기 때문에 운동을 못하였다.

잠깐이라도 운동 후 샤워라도 하고 나면 개운할 테지만, 귀가하는 길에 감기 덧날까 아예 온돌 매트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습관이라는 놈은 무서워 하루라도 샤워를 하지 않으면 온몸이 찌뿌둥하다.

오늘도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 놓고 때를 씻는다.

남들은 반신욕이 좋다 어쩐다 하면서 욕탕에 들어앉아 독서도 한다지만 나는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집 욕탕은 고무 바킹이 헐거워 물이 다 새 나가기 때문이다.

그까짓 것 철물점이나 목욕탕 설비집 가서 사다 끼우지 할 테지만 그 놈의 철물점에 가기가 얼마나 힘든 지 원.


 목욕하기를 연중행사 치레로 하던 어린 시절, 한겨울 목욕하기는 집안 대사였다.

우물에 가서 물동이로 물을 길러 가마솥의 물 데우랴, 고무 대야에 더운 물 담아 한바탕 때 불리랴 부산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더운 김이 무럭무럭 나는 대야에 들어가는 것은 고통스럽다.

너무 뜨겁다고 앙탈을 부리며 주저하면 물 식는다고 철퍼덕 등짝을 내리치는 엄마.

때가 불면 이태리타월로 북북 민다. 손끝 매운 울 엄마,

“까마귀가 오매요 하면서 지나 가겄네.” 하는 사설 늘어놓으며, 때 미는 재미에 민데 또 밀고 그러다 보면 살갗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며칠 동안은 나일론 스웨터에 스친 피부는 따끔거리기 일쑤였다.

지금도 우리 엄마는 과거를 회상하시며 자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목욕이다.

“야야, 니 피부가 흰 게 다 이 엄마 덕인 줄 알아라. 너 어릴 적엔 연탄을 때었느니라. 연탄화덕에 물 데워 심심하면 씻겼다 아이가. 얼마나 씻겼으면 옆집 아지매가 아(아이)를 씻겨 조지겠소! 했겠나.” 하시며 흐뭇해하신다.

그래도 집 안에서 하는 목욕은 참을 만 하다.

부곡온천에라도 갔다 오는 날은 온몸이 노곤하여 약 먹은 병아리 꼴이다.

생전 안 타던 버스 탔지요, 비싼 돈 주고 하는 목욕 본전 뽑자는 울 엄마의 욕심이 보태어져 죽을 동 살 동 때를 벗기지요.

계란 썩는 냄새(유황냄새)가 진동하는 목욕탕의 더운 김 때문에 현기증이 나서 찬바람이라도 쐴라치면

“아이고 이놈아, 뜨신 물에 때를 불리야지. 어데 가노. 어여와.” 하면서 뜨거운 탕으로 아예 물귀신처럼 끌어당긴다. 점심 도시락 먹고, 서너 번 욕탕을 들락날락거리며 때를 밀다보면 녹초가 된다. 지금도 그 시절 목욕 풍경을 떠올리면 삭신이 노곤한 느낌이 생광스럽게 떠오르곤 한다.

아마 그 때의 습성이 붙어서인지 아니면 늙어가는 징조인지 목욕탕 물은 뜨끈해야 시원하며, 때는 이태리타월로 밀어야 목욕 제대로 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막내 씻길 땐 어린 시절 우리 엄마처럼 나 역시 뜨거운 물을 바가지로 끼어 얹으며 아이의 여린 팔목을 이태리 타월로 벅벅 문지른다.

“엄마, 아퍼.”

“이놈아, 이래야  때가 빠지지. 잔말 말어”

가끔 가다가 서방이 등 밀어 달라면 두 팔 걷고 바가지로 뜨거운 물 한  바가지 팍 끼얹고  시작한다.

“아이고, 뜨거. 이놈의 여편네 서방 삶겄네.”

“아따, 사나 자슥이 생기다 말었나. 이게 뭐 뜨거.”

등짝 한 번 철썩 내리치고, 때를 밀어줘야 직성이 풀린다.

 

가끔 그립다. 부엌문 걸어 놓고 아궁이에 불 지피며 고무대야에서 하던 목욕
아, 그나 저나 어서 감기가 낫아야 씩씩하게 운동을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