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보름이다
재래 시장이 가까운터라
사람들의 분주함을 보면 명절이 가까워 오고
또한 보름전날의 잔치 분위기도 느낄 수가 있다
쟁반위에 뭍나물을 삶아 한무더기 씩 뭉쳐 놓은것을 보면
아마도 천원 이천원은 하겠다
콩은 여러가지 섞어서 불려 사기 종재기 아니면 쬐꼬만 소쿠리에
한톨 떨어질세라 소복히 올려져 있다
그런데 몇년전만 해도 콩주세요 하며 믿고 사던것과는 달리
국산이에요 ? 하며 사야 하는 물음이
왠지 맛이 없을것 같은 의구심이 먼저가니
그리운 옛날이 사뭇 생각이 난다
아침부터 나물을 삶아 그릇그릇마다 담아 놓았다
작년 봄에 강원도 화천에 가서 뜯어 온 산고추나물
들에 나가 논두렁 밭두렁 다니며 뜯어 놓은 질경이 나물
친구네 시댁에 가서 김장 무우 뽑아 드리고
그 무우청을 잔뜩 얻어다 삶아 말려 놓은 씨레기 나물
친구가 시골에서 얻어 왔다며 건네 준 고사리 나물
모두가 누우런 색깔을 띠고 있어 얼른 시장에 나가
콩나물 이천원어치를 사왔다
주고 싶은 사람들이 하두 많아 힘든줄도 모르고
아침부터 삶고 들기름 듬뿍 넣고 볶아댔다
다시마와 멸치 표고버섯 꼬다리 말린것 조선간장 조금 넣고
푹 국물을 우려내었따
나물은 꼭짜서 다시 낸 국물로 촉촉히 적셔 들기름을 넣고 볶아내니
내가 했어도 참 맛이 있었다
식탁위에 그릇마다 김이 모락모락 입맛을 돋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함을 느껴본다
시장에서 사지 않구 내가 직접해서 말려 놓은 나물들이
하나둘씩 맛난 반찬으로 변해가니까 말이다
그릇에 조금씩 나물을 나누었다
여덟집을 나누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도 남지 않아도 나는 행복할것 같다
내가 주는것을 기쁘게 받아 맛있게 먹어 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나물을 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아껴 먹어야지 했지만
맛있는 나물을 만들었을때는 주고 싶어
내마음은 콩닥콩닥 설레인다
좋아서 말이다
내게 많은 것이 있지는 않지만
나의 수고와 마음과 사랑과 정성이 듬뿍 들어 있는
나물을 이웃과 나누어 먹을수 있으니 행복하다
그 옛날 봄만 되면 치마를 꺼내 입고
소쿠리와 호미 하나 들고 들에 나가 제일 먼저
달래 냉이 씀바귀 말냉이를 하던 생각이 난다
봄이 오면 내마음을 설레이게 하였던
저 들녘의 나물들
어른이 된 지금도 날씨만 따스하면 들녘에 나간다
1월달에도 주말농장 근처에 봐 두었던 밭에 가서
황새 냉이를 캐서 나누어 먹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땅을 꽁꽁 얼게 할까
걱정이다
정월 보름엔 묵은 나물을 모두 해서 먹는 날이란다
내일 따스하면 들에 나가야 할텐데
마음이 설레인다
나물은 첫사랑처럼 나를 설레이게 한다
나물은 모든 이웃과 사랑을 나눌수 있는
가장 소박한 따스함이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줄수 있는 아주
작은 소망의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