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처음 만난지는.. 결혼전 스무살 시절이었으리라.. 그를 이렇게 다시 만나리라고는 단한번도 생각지 않았고 사실 만나고 싶지 않았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정신없이 지낸 18여년 동안 잊고 지내던 그를 다시 만난건 우연찮게도 며칠전 고모네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방학을 맞아 막내딸이 고모네집에 며칠 지냈었기에 남편과 함께 딸아이를 데리러 시누집에 찾아 갔을때 그곳에서 그를 만난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움과 당혹함을 애써 감추곤 우린 아무렇지 않은듯 어색한 첫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있는줄 알았더라면 난 아마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우린 서로 보이지 않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가 내게 다가 오려는 기미가 보이면 난 다른 곳으로 말없이 서둘러 피하곤 했으니깐.. 그는 며칠동안 우리 막내딸하고 아주 절친하게 지냈던 모양이다. 자꾸만 그와 장난치고 있는 막내딸을 가재눈으로 째려 보아도 눈치없는 막내딸은 그저 신이 난 모양이다. 잠시 후 집에 있는 큰딸에게 전화를 하기위해 작은방으로 들어가자 순간 기다렸다는 듯 그가 잽싸게 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밖에 남편도.. 시누도 있는데.. 너무 놀라 당황한 난 전화기를 들고 말없이 그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그의 깊고 슬픈 눈동자가 왜그렇게 내 마음속에 깊이 와 닿는지... 여전히 보호본능 일어나게 만드는 저 눈동자.. 마음 같아서는 그를 꼬옥 안아주고 싶은 감정을 난 꾹 참아야만 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 감추곤 거실로 재빨리 혼자 나와 버렸다. 그는 그렇게 한시도 나에게 시선을 놓지않고 소리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듯 하였다. 순간 결혼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참 좋아했었는데.. 우리 가족들은 나보다 더 그를 좋아했었지... 잊었던 그가 더 멋있는 모습으로 다시 이렇게 만날 줄은.. 차를 마시고 우리는 고모네 집을 나왔다. 순간 현관문을 열자 눈치없는 그가 먼저 현관문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모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리가 계단을 내려 걸어가는데도 그는 계단 위에서 아쉬운듯 고모와 함께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런 그를 보고 딸아이에게 물었다. "쟤 이름이 뭐니?" "응..구름이!" "구름이? 어머~ 이름도 참 귀엽네.." "엄마 구름이 귀엽지?? 그러니까 우리도 강아지 키우자~" "안돼!!" 난 남편에게 물었다. "저 강아지 숫놈이지?" "응" "역시..그랬구나.." "왜? "세상에 이쁜건 알아가지구 어찌나 나를 따라다니는지말야..무서워서 혼났어.." "무섭긴...녀석 귀엽기만 하더만..." 문득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강아지 흰둥이가 생각이 났다. 결혼 전 온식구들에게 사랑받으며 함께 지냈던 우리집 똥개 흰둥이.. 그때 난 흰둥이와 헤어지면서 다시는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건만 그날 우연히 시누네집에서 이쁜 강아지 구름이를 보자 왠지 내 마음이 소리없이 흔들리는게 아니던가.. 이상하게도 강아지를 예뻐하면서 가까이 오는건 왜그리 질색인지... 강아지가 날 쫄랑 쫄랑 따라오면 난 열심히 쫄랑 쫄랑 도망가고... 그런 내가 강아지를 키울 수 있을까.. 하지만 그날 시누네 집에서 유독 나를 쫒아다니던 구름이를 보자 잠시 내 마음이 그렇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기야..나 애들 다 시집보내고 나면 그때 강아지 키워 볼까봐~" "그래요~ 마음데로 하세요오..." 아~ 다시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던 강아지와의 사랑.. 사랑은 사랑은.. 돌아 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