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암회색의 겨울 하늘이
겨울비가 내리려는지 물먹은 무거운 솜이불 마냥 아침 하늘이
무겁게 내 시야에 들어왔다.
비가 그립다.
비가 오는 창밖 풍경속에 센치해지고 싶은데
겨울 가뭄은 메마른 나무뿌리의 간절함도 외면 한채 올듯 말듯 암시만 준채
암회색의 하늘뒤에서 겨울 태양은 베일에 가린듯이 그 존재를 드러냈다.
각질처럼 허옇게 일어나는 버석 대는 감정들을 추스리려고
어제는 남편과 산행을 했다.
유독 소나무가 울창한 포항 근교 양학동 뒷산은 휴일인탓에
가족 단위 산행 인파들이 북적 대고
우리 부부도 그 틈에 끼여 지나간 옛이야기며 미래의 계획들을 설계 하다보니
주위에 인적이 없는 능선까지 와 버리고서야 시장함을 느낄수가 있었다.
산아래 농가에서 "옛날 손국수" 팻말을 따라 내려가니
너른 마당 담밑에 그물같은 까만 천막 아래 두어개의 긴 평상위에
우리보다 먼저 오신 칠십 노인네들의 모습이 웬지 낮설지가 않아 누구신공 더듬어보니
그 노인분들은 내 친정 아버지의 모습 이셨다
우리부부는 그늘진 평상에서 자리를 옮겨 시골집 봉당위 햇빛 찬란히 부서지는
마루에 앉아 시골 할매가 끓여 오신 손 칼국수에 양념장을 치며 입맛을 다시었다.
한젓갈 후르륵 먹어본 칼국수 맛은 예전에 먹었던 그 칼국수 였으니.
조선 간장에 끓인 칼국수위에 청량 고추 넣은 조선 양념장은
조미료 넣은 느끼한 음식과는 달리 담백하고 어릴때 때꺼리 없어
집에 있는 소주한병과 바꿔와 사온 밀가루를 밀어 칼국수를 끓여낸
6년전 돌아가신 내 친정 엄마의 손맛이였다.
남편역시도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와..진짜 옛날 맛이네 우리 엄마 한테 밀어달라 전화하자..""
남편역시 그대의 어머니가 생각이 났나보다.
겨울볕치고는 따신 봄날 같은 농가 튓마루에서
한그릇의 2000원짜리 칼국수가 우리 부부를 상념에 잠기게 한것인지
겨울 가뭄에 퍼석 대는 메마른 감정들이 일순간 소멸 되는 느낌이였다.
남편의 뒤를따라 먼지 폴폴 나는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니 못이 보였고 못은 며칠전 강추위에 꽁꽁 얼었던얼음 들이 가장 자리부터
녹고 있음에.. 머지않아 다가올 봄 자락의 나폴댐을 보았다면
나의 성급함인가.
비가 그립다 .
내가 사는 이곳은 눈은 삼대 구년만에도 올까말까 하니...
은바늘 같은 겨울비가 바다를 적시고
산과 들을 적시고
갈수록 윤기 없는 내 감성 틈으로 스며들어 퍼석대는 감정들을 가라 앉히어 ...
생동감과.. 활기참의 기지개를 펴게 하소서.
비가 그립다.
비가.
나태해진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