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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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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당겨져 버린 딸의 귀가 시간


BY 만년소녀 2004-01-30

밤 열시로 귀가 시간이 정해져 버린 우리 딸.
열시 이분 전에 가까스로  집에   들어왔다.

 

그 시간 지키느라 신경 꽤나 썼겠는 걸...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가면 귀가 시간이 자기 맘이었는데...

 

우리 딸 그렇게 귀가 시간이 당겨진 이유는 자기 친구 집에서 자고 온 날부터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에도 밤을 새고 다음 날 오후에 늦게 만큼 오는 딸에게 관대하던 아빠였
다.

요즘 찜질방 문화가 유행인지 찜질 방에 간다고 안 들어오지를 않나 며칠 전에도 밤 12시에
들어와 나이트 클럽에 가야한다며 친구들과 같이 어둠 속으로 나가는 딸을 붙잡지 못하고
아침해가 밝아 오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쁜 놈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애들을 꼬드겨서 약 탄 술이라도 마시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
각, 부킹인가 뭔가  해서 2차라도 데리고 가 겁탈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누가 납
치라도 해서 어디로 팔아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 등 벼라 별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
니 발을 뻗고 눈을 감을 수 있다면  아마도 난 우리 딸의 의붓 엄마였을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착하디 착한 딸 친구들이랑 모험심에 이런 용감한 결단을 내렸나보다.
으이구 내가 못 말려... -_-

 

남편에게 귀뜸을 해주고 붙잡아 주기를 바라는데도 남편은 꿈나라로 가는 일이 더  바쁜지
코만 드르렁거릴 뿐이다. 아이고 이를 어째?

머리 크고 나서는  엄마를 친구 보다 더 가깝게 느끼는지 나의 충고는 들어도 말은 듣지를
않는 것 같다.
아니면 엄마가 안 무서워서 그러는 걸까?

가끔은 나보다 더 어른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럴 땐 누가 더 어른인지 모르겠다. ㅎㅎ

 

오래 전 아침마당에 어떤 엄마가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너무 힘들다며  엄마 혼자서 자식을 
키우는 일은 50%밖에 감당할 수 없는 양육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밤 12시가 되어가고  있는데도 딸아이가 안 오길래 핸폰으로 전화를 거니 아예  늦을 거라
고 한다.
옴마나 이것이 외박에 맛들렸구만 잉? 요것을 걍~ 가만 두나봐라.

시방 니 엄마 눈 커져 버렸다이. 봐라 요!! @-@

옆에 앉아 있는 남편 오늘은 직장을 연달아 쉬어서 눈도 초롱초롱 하겄다. 그래 너 오늘 딱
걸렸다!!!

 

엄마  닮아 낮은 코라고 거금 이 백 삼십만원씩이나 들여서 높여 놓은 지 며칠이나 되었다
고..
이 교정한다고 이 백 만원, 몽고 반점 없앤다고 오 백 만원...

옴마나 그 놈의 얼굴에 그랜드 피아노 한대 달고 다니고 있구만 겁나게 무거운 얼굴로
어디를 싸돌아 다닌다고 난리다냐? 시방~ .. 갸  낯부닥이 지금 금싸래기여.

그런데 아무데나 내 돌려서 그 얼굴에 손상이라도 가면 어쩔 거냐고요?

 

우리 남편 딸래미에겐 벼라 별 것 다 해주어도 자기 신발이 새는 대도 못 사 신고 있는 쫌
생이 양반인 것을..

내가 이렇게 나오는데 가만있음 내 남편 아니쥐! 암~

 

얼렁 전화기 들어 딸래미에게 전화를 거니 지금은 받을 수가 없다고...

옴마나 이걸 우째?  받을 수 없는 핸드폰은 왜 갖고 다니는 겨?

 

인자는 울 남편 전화기 잡고 안 놔버리네. 열 받았나 벼. 어쩌꺼나 <ㅡ>

 

이제는 밧데리가 없어 전원이 꺼쪄 버려 더 이상 받을 수가 없다고 전화기가 똑 같은 말
을 하도록 돌려대는데 시간이 무려 시간 반이 지나버렸다.

 

급기야 우리 남편  딸 방에 가서 전화기에 입력된 번호들 입수해 날이 밝기도 전에 돌려대
니 저쪽에서 우리 딸 목소리가 들려온다.

 

친구랑 놀다가 거기서 잤노라고...

음미.. 이놈의 가시나 너는 죽었다.

 

핏대가 오를 대로 오른 우리 남편 거기가 어디냐 며 주소를 대라며 악악댄다.

 

주소를 적은 남편 컴에 앉더니만 그 장소를 자세히 알아내고는 밤새 하얀 눈 옷을 입은  차
를 끌고 쌩쌩 달리니 차안으로 눈보라가 치는 것  같다.

 

적힌 주소를 찾아 도착해서 보니 딸래미가 미리 나와 친구랑 같이 서 있다.

아마 그 집사람들에게 피해 갈까 봐서 미리 나와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 남을 배려는 잘 하면서.. 기집애가.. 부모 속은 고롷코롬 썩여?

 

우리 남편 딸을 보니 그래도 안심이 되는 가 그 서슬 퍼런 성질을 자제하고 친구랑 같이 차
에 태우고 조단조단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묻는다.

" 앞으로 밤 10시까지 집에 들어와라. 안 그러면 혼 날 줄 알아"


엄마 코 김은 아무리 쎄도 먹히지도 않더니만 아빠 말인디  니가 안 들으면 되겄냐?

그라고 너 거기 정도에서 끝나는 것 다 이 엄마 때문인지 알어.
오는 길에 그래도 엄마가 아빠에게 다음부터는 그런 일 없을 것이니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
고 부탁한 것 니가 아냐고? ( 나 혼자 하는 소리)

 

잘못을 자꾸만 감싸주고  숨겨주었더니만 하늘 무서운 줄을 모르고 기어오르더니만 잘했
다.

썩은 가지는 얼른 잘라 낼 수록 좋은 겨.

잘라내려면 아프지만  잘라 내는 것이 유익하다면 두 눈 딱 감고 잘라 버려야겠재?
 
오늘 밤 10시까지의 시간을 지키려고 우리 딸 헐레벌떡 달려왔을 것을 생각하니 내가 괜히
고소하다.
암~ 그 동안 내가 받은 마음 고생이 어딘데.. 휴우~~

 

한 번만 더 그랬단 봐라.
아빠한테 다 일러 버릴테니까... 메렁 ^^*

나 이렇게 내 배 아파 낳은 딸에게 지고 산다우,,,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