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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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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범벅


BY 토끼 2004-01-19

 

30여년전이지요.

엄마 아버지께서는  화전밭을 일궈 먹을거리를 마련했어요.

가을 걷이가 끝나고

김장을 마치고

땔나무를 든든히 준비해 놓은 아버지는 겨울이면

돈을 벌러 나가셨어요.

 

고만고만한 우리 6형제는 신문지도 못바른 흙바람벽에

기대고 앉아 엄마의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곤 했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소리도 없이 내린 눈이 온세상을 눈나라로 바꿔놓았어요.

마당 수북히 쌓인 눈을 퍼다가

솥에 넣고 불을 때면 물이 됐어요.

눈때문에 물길러 갈 수도 없고

길어다 놓은 물은 꽝꽝 얼어붙었으니까요.

그 눈녹은 물에

고구마 껍질을 벗겨 넣은 다음

푹푹 삶다가

소금을 넣고

밀가루를 끼얹고 한소큼 익힌 다음

주걱으로 잘 섞습니다.

고구마 범벅이지요.

그걸 함지박에 퍼 담아 고구마 우리 옆 아랫목에 놓고

퍼먹었네요.

 

그렇게 먹고 살다가 어느해 가을 외삼촌 결혼식이 있어

엄마랑 서울엘 왔는데

용산역에 내려서

시내버스를 타러 가며 엄마가 물었어요.

 

"먹고 싶은거 없니? 사줄께."

 

우리들은

 

"고구마나 옥수수"

 

이렇게 합창을 했네요.

 

먹는거라곤 그것밖에 몰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