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쿵쾅거리고, 눈알이 튀어 나올 것 같고,
머리뚜껑이 왈칵 열리고,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면서,
안 봐도 제 얼굴은 샛노래졌을겁니다.
노래방 문을 벌컥 열어젖혔지요.
저와 마주보는 방향에 있던 남푠 품안에 있던 여편네는 머리를 숙이고
썰렁해진 분위기를 등뒤로 느낀 남푠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지요.
문 옆 벽쪽에 앉아있던 남푠의 이종동생은 언 아덜 여편네의 어깨에 팔을 둘른채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노래부터 끄,,,,끄....고...."
말을 더듬으며 취소 버튼을 누르는 남푠의 손이 벌벌 떨렸겠지요?
"지금 뭣들 하고 있는거야?"
카랑카랑한 제 목소리가 노래방에 울렸어요.
남편과 이종동생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본 채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을 짓더군요.
바로 앞에 있던 노래방 책을 코 앞으로 힘차게 내던지며 다시 한번 소리쳤어요.
"지금 뭣들 하고 있는거냐구? 확 그냥!!"
문이 부셔져라고 닫고 씩씩하게 돌아서서 집으로 휙 오다가 생각하니
아참, 어떤 사인지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원래부터 사귀던 연인들인지, 도우미인지, 나발인지....
남푠은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걸고 있더군요.
"그여자들 누구야?"
"노래방 도우미야...."
"도우미? 그래, 자세한 건 집에 가서 따지자구.."
한 시간에 2만원을 주고 부르는 도우미라고, 자기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나보고 오버하지 말라고 하는 남편을 두고 다시 노래방으로 갔지요.
쥔장께 물었어요.
"아저씨, 내가 아저씨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테니 사실대로 말해요.
그 여자들 아저씨가 부른거 맞아요?"
입이 얼어붙었는지 그 쥔장 말을 못 하더군요.
"아니, 내가 아저씨 노래방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잖아요. 사실을 알고 싶어 그러니깐
말해요. 한 시간에 얼마줘요?"
그제서야 마지못해 고개를 푹 숙이고 아저씨는 노래방 도우미들이고,
시간당 2만원이라고 연락처도 자기가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남푠이 원래 사귀던 여자가 아니다....
그 사실에 만족하고 돌아서 오는데 왜 내 맘이 갈갈이 찢기는 듯 아파요?
그럴수도 있는 일이라고 남자들은 말 하겠지만,
새벽 그 시간 집에서 기다리며 남편 걱정으로 깊은 잠도 못이루는 아내 걱정은
안 하고, 도우미 불러가매 돈 써가매 룰루랄라 놀아나는 남푠을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이해하라고요?
눈물 죽죽 흘리고, 밥도 안 먹고, 잠도 못 자고 그렇게 이틀을 지냈어요.
이틀동안 남푠은 말도 안 하고, (자기는 나쁜 저의가 추호도 없었으므로 잘못하지 않았다!!)
고 하면서 백배사죄할 의향이 없더라구요.
ㅠ.ㅠ
그랬다가, 언니네 이사를 도우러 갔다가 형부하테 제가 다 일러바쳤거든요.
형부말씀이 지금 대한민국 직장 다니는 남자들의 90% 이상이 남자끼리 노래방을 가면
90%~99% 도우미를 부르는 현실이다, 그것은 결코 외도도 아니고, 나쁜 저의도 없고,
걍 남자들끼리 놀면 재미없으니 분위기 띄우기 위해 부르는거다, 착한 남푠 들들 볶지말고
걍 용서해줘라, 울 처제같이 마음이 넓은 사람이 그걸 이해 못하면 누가 이해하냐???며
오히려 저를 설득시키더라구요...
정말......한/심/한//// 마/음...
울 대한민국 남자들이 어쩌다 이렇게 됐으며,
울 대한민국 그저그런 평범한 여자들이 어쩌다 도우미들이 되었을까요?
열악한 경제적 환경이 현실을 잊으라고 노래방으로 들어가게 하고,
잊고 노래나 열심히 하라고 도우미를 만들었나요?
결국,
삼일만에 남푠을 용서하고,
(남푠이 제 가슴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고, 결혼해서 지금 이 순간까지 자기한테는
오로지 나 밖에 없노라는 말을 진심이라 믿으며)
우리나라 노래방 문화와 도우미들에 관해 다시 한 번 걱정을 금치 못하며,
햐~~~
그렇게 연말을 보냈어요.
부부란
서로 닮은 데가 있기 마련이므로,
그 사람의 못난 모습 어딘가에 내 모습도 있었을 것 같았어요.
며칠후 남푠은 제 사랑에 감사를 표하며, 사실 그런 제 모습에 행복을 느꼈다는
이상한 논리를 폈답니다.
아컴 에세이방 여러님들,
우리나라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거 맞아요?
어쨌든 2004년 해가 둥실 떠 올랐으니
올 한해 대박 터지고, 모두모두 건강하시길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소서~~~
녹차향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