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남편이 기분좋게 술 이 취해서 늦게 들어왔다.
마침 딸 아이하고 쇼파에 앉아서 요즘 화제작인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수다를 떨고 있다가
문 을 열어주고나서 하던 얘기를 계속 하는데
남편이 관심을 보이며 합세를 하였다.
"왜? 무슨 이야기야? 영화 보러 간다구?"
"아니에요 아빠~ 그냥 엄마하고 이야기 한거에요.
요즘 인기 있는 영화가 뭐다 하고요."
"그래? 그럼 말 나온김에 우리 영화구경이나 갈까.?
오랫만에 우리 딸내미하고 어때?"
옆에서 부녀지간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안돼욧!!!술 먹고 영화 보는거 절대로 안돼 당신 저번에도
코를 마구 골아가며 자는 바람에 얼마나 창피 했는지 알아요.?"
"아! 그때는 영화가 개떡같이 재미가 없어서 졸았지
재미있는거 보면 내가 왜 졸아 걱정 하지마."
딸아이가 마침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는지 냉큼 나서더니
"아빠~~~그럼 우리 실미도 보러갈까요?"
"실미도? 아!!그거 좋타~ 아빠가 왕년에 군대 생활을 최전방에서
한 사람 아니냐? 재미 있겠다. 지금 당장 가자."
하더니 옷 을 도로 주섬 거리며 찾아 입는다. 심야 영화라서 예매도
안하고 택시를 타고 극장에 갔다. 우리가 늦게 갔는지 앞자리 몇개만
자리가 남아서 겨우 표 를 살수 있었다.
딸 아이와 팝콘도 큰거 한봉지 사고,음료수도 사서 자리에 앉았다.
몇년전 <친구> 라는 영화를 가족이 함께 본후 아이들이 대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느라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본다는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 해지고 말았다.
아들넘은 벌써 친구들하고 보았기 때문에 세식구만 온것이었다.
그래도 딸 아이는 가끔 우리와 찜질방에도 가주고 나들이도 가고
하는데 아들넘은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며 거절을 한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이 되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들로 꽉 채워지자
남편이 두 눈 을 말똥 거리며 집중을 해서 열심히 보고 있었다.
중간 중간 "저런 훈련 나도 다 받았지..." 해가며 옛날을 회상 하는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다들 각자의 감회에 젖어서 조용히 극장을 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새벽 두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택시를 탔더니 아저씨가" 아이구...이 새벽에 어딜 갔다 오십니까?"
하고 물었다. 남편이 "예..모처럼 가족이 영화를 보고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러자 아저씨가 무슨 영화를 보았느냐고 다시 물었다.
남편하고 기사 아저씨가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졸았나 보다.
" 엄마~~ 얼른 내려!! 다 왔어."
아이가 깨우는 소리에 깜짝 놀라 차 에서 내렸다.
잠 이 많은 내가 심야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이 대단한 일 이었다.
그렇게해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실미도를 우리 가족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