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박사네 부부랑 모처럼 영화를 봤다.

년말도 되고 오랫만에 부부가 만나 보는 영화로는 부적절한 내용인듯

했지만, 아이들이 보고나서 머리가 복잡하다는말에 관심도 있었고,

JSA나 복수는나의것 같은 특이한 영화를 만드는 남자답게 생긴

'박찬욱' 감독을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

15년을 공중전화 앞에서 납치되어 아무 영문도 모른체 갖힌 오대수란

사내와 그사내를 가둔 이우진이라는 남자의 얘기였다.

왜 한남자는 그고통의 세월을 살아야 하고 한 남자는 그고통을 주어야만

했는가? 에 대한 얘기가 온갖 잔인한 장면과 어두운 화면으로 끝까지

긴장하게 했지만 딸을 이용한 철저한 복수는 소름이 끼치도록 잔인했고

일본 만화가 소재가 되었다는 영화라던데........

어쩌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듯, 그들의 얘기를

보고난 후에 밖으로 나왔는데도 머리가 띵하니 아팠다.

그저 농담처럼 스쳐지나가며 던진 한마디의 말로 인해 한 예쁜 여학생

이 죽음에 이르게되고, 그 죽음으로 인해 남학생 하나가 자기의 온생을

복수만을 위해 살아야 했고, 함부로 뱉은 말한마디 때문에 15년을

군만두만을 먹으며 갇혀 살아야 하는 한남자의 처절한 얘기는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닐까 싶었다.

모래알이나 돌덩이나 물에 갈아앉기는 마찬가지라는.....

등에 칼을 꼽는다든지 이빨을 뽑는다든지, 혀를 자른다든지, 몸이 오싹

하는 장면도 많았고,....

어느 영화에서나 연기력을 인정받는 최민식의 연기는 칭찬 할만 했지만

유지태는 역시 잔인한 배역이어도 부드러워보였다. 난 늘 그키큰 남자

배우는 착하게만 보인다. 어찌보면 그런 그의 인상 때문에 이 배역이

더 적절하다고 감독이 노린것인지도 모르지.

그런 남자도 인간이 아닐만큼 독을 품게 잔인해 질 수 있다는게 더

무서운일인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의 결과가 화두가 된다고 애들이 내 생각을 물었지만, 잘 만들은

영화같긴 했지만 이런 내용의 영화 많이 보고 싶진 않다.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지식을 쌓고

노력을 하므로인해 선한쪽으로 살게 되어지고 또는 악하게 살게 되는

결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인은 차츰 더 자극적인것에 길

들여지고, 아주 극렬한 것을 보거나 독하게 잔인해지는것에 공감을하게

되는것 같아 우울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름답고 밝은것만을 보고 듣고 살고 싶기도 하지만 이런영화처럼

철저하게 독해지는 인간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것인지도......

**

법 없이도 살아갈만한 두부부가 영화를본후에 생맥주를 먹으러 갔는데

영화와는 거리가 먼 요즘 우리의 관심거리인,

괜스레 우린 늙어가는 얘기만 잔뜩 했다.

어쩌면 우린 영화처럼 그런 미움이나 그런 처절한 복수극에 관심이

있을리 없는, 그저 나이를 먹는것에 안타까워하는 평범한 중년의 사이

좋은 부부이기 때문인가보다..

"우리 이담에는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보도록 합시다."

자정이 넘은시간에 헤어지는 우리의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