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폼나는 앤의 만년필로 한해를 마무리
짓는 연하장을 한줄씩 날리고 앤한테는 소박하게(?) 긴줄
의 편지를 쓴다. 한해 너무나 고마워서 무엇부터 감사해
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년이였으며
그속에서 희망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건 다 앤의 노력
이라 생각해.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가봐.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길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인가봐.
대구에서만 생활했고 서울에서 살줄만 알았는데 길이 어
떻게 되다보니 울산이네. 그리고 곁에는 앤이 있고,,,,
많은 역할때문에 힘든줄 알면서도 칭얼거리기만 하고 그
래도 "앤 안버리고 참아 보겠다는 말에" 내가 얼마나 안
도했는지 아시나요(?). 애인과의 긴 정을 위해 나도 욕심
내지 않고 참아보기로 했다.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죽어서는 내꺼 맞지.
온통 죽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었는데 한해가 가려고 하
니 정리도 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는 헤어지고 나서 내가 성냥팔이 여자는 아니지 하
고 생각했다. 성냥팔면서 거리를 지나다가 화목한 가족
의 모습을 보면서 손을 녹히기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성냥을 몽땅 불태우는... 무엇을 위해 다시 시작해야 하
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창문속으로 비추어지
는 모습을 부러워 해야하는건지.... 나의 이성은 내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좀더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다. 어느것도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더욱이
앤이 힘내라고 정기불어 넣어주는데. 최선을 다할 수 밖
에... 눈뜨고 세상을 좀더 직시하면서 살아야 겠지.
마왕님 고마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치 않아 늘 맘이 아프다. 모
른척 참기도 하지만 지나치기에 가슴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 더 잘해 줄 수 있을 텐데 맘 뿐이네. 오잉! 눈물
이...
응응, 어엉, 울음바다가 될려고 한다. 이상한건 마른 눈
물만 난다는 것... 언젠가부터 가슴이 시려지면서 두볼에
흐를줄 알았던 눈물이 가슴속으로만 타고 흐른다. 그래
서 요즘은 몸무게가 1킬로그램쯤 더 불은 것 같다. 어쩌
지. 진짜 가슴 처지겠다.
내년 한해 더 잘살아 보시지요. 저도 건강한 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3년 12월 24일
마녀가 마왕에게
P.S. 이 편지 언제쯤 바쁜 앤에게 전해질까? 방금전에는
핸드폰도 안받네 띠띠 ~~
감시 안테나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