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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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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미치도록 그립다.


BY 선물 2003-12-25

추억이 많은 사람. 그런 사람은 지난 날이 행복했을까?

비교적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몰랐지. 그 시간들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나에게는 되돌아 볼 추억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추억이 손만 내밀면 건져 올릴 수 있을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 같다.

이미 멀리 멀리 떠나 온 지난 시간들임에도 그렇게 느껴진다.

 

지난 주, 청년미사에 참석했는데 거의 맨 앞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래서 아주 가까이에서 성가를 부르는 아름다운 젊음들을 보았다.

그들의 맑고 싱그러운 얼굴들 위로 내 얼굴이 겹쳐졌다.

지금의 고단한 내 얼굴이 아닌 똘망똘망한 눈빛을 지녔던 지난 날의 내 얼굴이...

그리고 그들의 노래소리가 중간중간 내쉬게 되는 숨소리까지 겹쳐져 생생하게 내 귀에 들려 왔다.

그들의 싱싱한 목소리 위에 내 젊은 날의 음성도 포개어져 들렸다.

 

그 지난 날, 청년들 목소리와 아줌마들 목소리는 내게 확실하게 구별되어 들렸었는데...

아줌마들의 안정된 음성도 듣기 좋았지만 그것은 분명 젊음의 소리는 아니었다.

지금 내가 부르는 노래소리도 그 때 그 아줌마의 목소리이겠지?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던 팔딱이는 뜨거운 노래들.

아, 갑자기 무지무지 그 노래들이 그립고 그 눈망울들이 그립고 옛시간들이 그립다.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

젊음들... 괜찮은 젊음들도 참 많아 보인다.

 

주일학교 교사를 맡아서 보낸 아름다운 성탄 하나가 기억난다.

그 날 주제는 <이웃 속에서 예수님 만나기>였다.

중 2 학생들과 나는 가락동 시장으로 가서 예수님을 찾아다녔다.

아이들은 찬 바람 속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예수님이라고 했고

주로 초라하고 가난한 이웃들의 모습을 보며 예수님을 발견했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당시 대학 3년생이었던 나,

난 어떤 이웃을 예수님으로 생각했던가?

정확한 기억은 나질 않는데 정말 지나가는 이웃들이 모두 예수님처럼 보였다는 생각은 난다.

 

종교가 달라도 좋다.

사람들 마음 속에는 그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 마음이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렇게 맑은 마음으로 보낸 시간들이 지금 갑자기 미치도록 그립다. 나는...

 

<성탄...그러나 아무런 감동도 없는나, 감동이 없다는 사실도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은 나. 정말 무덤덤한 시간에...>

***늦었지만 다시 들어 와 몇 자 더 남깁니다. 메리 크리스마스,,,그리고 평화로운 새해 맞으시기를 빕니다. 올 한 해 여러 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