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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팅한 사람인데요?'


BY 캐슬 2003-12-19

'아 여보세요 저 모르시겠어요?.....폰팅한 사람인데요?'

설겆이를 하던 저는 물을 잠그고 서서 귀를 기울이다 물 묻은 손으로 거실로 나가 봅니다.

남편은 한쪽 손으로 코를 막고 목소리를 변조해서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뭐해요? 누구에요?'

손사래를 치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제게 합니다.

'폰팅한 사람인데요....조금전 그 여학생 바꿔주세요...'

수화기를 놓으며

'딸네미 몇시에 나갔지? 뭐야 이거 남자한테 지 전화기를 주네....남자놈들하고 있다 아니가...이놈이 정말'

심각한 얼굴로 화를 냅니다.

'걔 남녀공학 나온 거 몰라요 오늘 중학교 반창회 간댔는데...그럼 애한테 지금 장난 친거에요. 참! 내...'

딸아이가 얼마나 놀랬을까? 걱정돼서 전화를 얼른 걸어 주었습니다.

'얘 너 니네 아빠 목소리도 몰라. 아빠가 또 장난 친거 아니가? 남자하고 있다고 야단이다 빨리 와라'

'그게 무슨 아빠 목소리야?'

'아빠 감기 드셨쟎아 바보야'

 

 잠시 후 남편이  평소 목소리로 전화를 합니다.

'니 지금 어디고 ..당장 들어 온나 들어 올때 아까 그 전화 받은 남자 녀석 꼭 데리고 온나 명령이다'

화를 내며 전화기를 끓습니다.

딸아이가 당황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엄마 우짜노 친구를 어떻게 집에 가자 하노. 자존심 상해 죽겠다.씨...친구들이 날 어째 보겠노....내가 폰팅하는 앤줄 오해하겠다 씨.'

'그래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빨리 들어 와라'

아이를 안심시켜 놓고 돌아서니 남편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노래를 부르며 욕실로 들어 갑니다.

참!  어이 없습니다.

아이를 기다리며 t. v. 를 보던 남편 아이가 도착할 무렵 쯤 꾸벅꾸벅 졸더니  꿈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아이는 현관문을 따며 잔뜩 긴장한 모습입니다.

쉬!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잠 든 아빠를 보며 하는 말

'뭐꼬 씨~ 아빠는 감기 들어가지고...음성변조까지.... 꼼짝 없이 속았다 친구들 만나자 마자 전부 헤어졌다 아니가?  너네 아빠 아직도 그렇게 웃기냐고 한 마디씩 하고 ..아이고 씨'

'다행이다 니 아빠를 다 잘아는 애들이라서..왜 전화기를 남학생한테 주냐? 아저씨 뭐 하냐고 한번 퍼 붓지 바보야..'

'내가 아빠인줄 짐작이나 했겠나?'

 

아이가 억울해 하는 모습도 남편이 잠들어 자는 모습도 다~  내게는 한편의 코미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