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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맨 굳히기 - 10 포기산 하산하기


BY 라메르 2003-12-16

09의연결편 입니다

 

10- 포기산 하산하기 (마지막 편)

 

많은 우여곡절 끝에 나 백발은 마눌을 따라 남대문

새벽시장을 가게되었습니더. 그건 생활전사인 마눌의

우산 아래서 셔터맨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떼우려던

계획에 종지부를 찍게 될 꿈의 실패이기도 하지예.

장구한 시간동안 이 백발이 터득한 건 암나 셔터맨을

할 수 없다는 거지예. 그건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것

이란 생각됩니더. 셔터를 올리고 내리는데 뭔 기술이

필요하냐구예? 그기 아니고 마눌을 다루는 특별한

기술 뭐 그란거에 능통해야 할 것 같은데 울

또순인 늘 제 머리위에 올라 앉아 있지예.

또한 배짱이 두둑해야 할낀데  배짱을 말하자면 장배짱인

울 또순이의 배짱 당할 재간 없지예.

내가 삽질하면 포크레인 갖고 데어들 마눌.

이쯤해서 깨끗히 하얀손(백수)을 청산해야 될 것 같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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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멍하니 넋 놓고 뭐하노?  여긴 눈있어도 코비가는

살얼음판 시장인기라 정신바짝 땡기소." 한다.

역시 마눌다운 주문입니더.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며

상가쪽으로 몰리는 어둠을 밀어 내니 그 거리로

밤을 잊은 많은 사람들이 총총거리며 내닫고 있습니더.

낸 몸둥아리가 들어 갈 만한 큰 가방(빈 것)을 둘러메고
마눌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더.

바람이 휙 지나가니 가슴이 시렵네예. 오뎅 한사발 먹었음

좋겠네 하는데 마눌은 독사눈을 해갔고 늦었어예 빨리 갑시더

하네예. 지금 저 대굴박속엔 오늘 첨 구입하게 될 '땡' 물건 생각

으로 가득 차 있을터. 김이 모락나는 오뎅 한 사발,

고급스러뵈는 모피 카시트, 롱 부츠를 신은 미니스커트

아가씨의 곧은 다리에 내린 아슬한 추위,

장작불 토닥거리는 거리에서 코를 훌쩍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얼렐레? 마눌이 보이지 않네예.

"어데있노? 마눌!!1" 그러나 마눌은 대답이 없었고 다급해진

낸 주머닐 뒤져가 핸드폰을 찾았으나 빌어먹을 그것도 없네예.

어쩌지? 그냥 여기서 기다리기로 했지예.

추운 겨울 밤 누군가를 아무일 없이 기다려 본 적이 있나요?

죽을 맛입니더. 드뎌 인내에 바닥이 드러나며 낸 애라 모르겠다

라는 맴으로 포장마차에 들러 김이 모락거리는 오뎅국물을 마셨

지예. 따땃한 국물이 온몸을 덮혔다 다시 식어 가고 있는 긴

시간이 지났는데 마눌은 우째 안나타나는지?  땡전 한푼없는 낸

어쩌지 못하며 오뎅 아주머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예.

그때 "당신 여기서 뭐하노?" 하는 칼날같은 마눌의 목소리

"이 히 히 히" 울었냐구예? 아니 울뻔 했지예.

 땡 물건을 구입하느라 시간이 촉박해 서둘렀다는 마눌의 설명을

들으며 그녀의 프로다움에 감복했지예.

그날 새벽 이 백발은 어깨가 빠지도록 마눌이 구입한 물건을

날랐고 마눌을 태워가 집으로  향했지예.

왼종일 가게에서 시달리며 한잠도 자지못한 마눌의 코고는 소리가

새벽공기를 가르며 멀리로 퍼지고 있습니더.

마눌은 편안한 얼굴로 잠이들어 있지예. 저런 표정을 갖고 잠든

마눌의 얼굴은 본지가 까마득한 옛날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더.

내 마음이 와 일노? 갑자기 눈에서 차가운 별조각 하나가 톡 떨어져

가슴으로 들어 오고 있었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