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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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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아침의 드라이브


BY 부르스리 2003-12-11

모처럼 만의 한가한 일요일이다.
별로 생기는것도 없이 바쁘기만 한척(?)하다가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려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간이라 고속도로는  한가했고 차창을 반쯤 내려 놓은채 우리는 맑은 아침 공기를 마음껏 섭취하며 오붓한 시간을 만끽 하고 있었다.

이때 우리 눈앞에 갑자기 낮익은듯한 차량 한대가 보이는 것이다. 그 차는 같은 차종에 색깔만 흰색이며 차 넘버가 내차보다 한끝발이 적은 숫자로서 여간해서는 길가에서 만나기 힘든 경우의수 번호차량... 나중에 발견한 집사람도 이것도 우연이고 인연이라고 옆으로 가서 누가 탔는지 보자구 한다.

상당한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앞 차량의 우측으로 잽싸게 달려나가서 살펴보니 애인사이? 아니면 젊은 부부 같이 보인다. 나는 뭔가 통하는 느낌이 있겠다 싶어 그들에게 내 차량의 번호를 보여주려고 다시 가속을 하여 그들의 차 앞에서 비상 깜빡이를 켜며 번호 확인을 종용했다. 고속으로 달리는 도로에서 다소 위험이 따르는 행동 이었지만 모처럼만의 드라이브에 정신이 빼앗긴 나는 오로지 반가운 마음에 곡예운전을 마다 않는다.

잠시 차량 넘버를 확인 시켜 주고 속도를 줄여 오른쪽으로 다시 접근한 나는 이미 발동한 장난기를 멈추지 못하고 창문을 내리고 그차 운전자에게 검지 손가락 한개를 펴고 ‘우리 차와 번호가 한끝차이야!’ 하며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알아 들었는지 조수석 창문이 내려오며 손가락 두개를 펴고는 ‘두차가 나란히 가니까 보기 좋아요?’ 한다.

짜식 젊은 녀석이라 뭐가 통하는군 하면서 나는 다시 손가락 3개를 펴고 ‘같이 달리니까 오늘아침 기분 삼삼하지?’ 라고 싸인을 보내니까 즉시 화답을 하는 녀석은 주먹을 꽉 쥐면서 ‘오늘아침 기분 죽입니다’ 하는거다.  오랜만에 마음이 통하는 녀석이라 생각했지만 덤프트럭이 방해를 하기도 하고 고속도로에서 더 이상의 곡예운전은 위험하기도 하고해서 추월을 한후에 아쉽게 우리는 헤어지고 말았다.

둘이서 뭐하는건가? 하고 지켜보던 집사람이 말을 건넨다.
“무슨 싸인이에요?”
“응...”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싸인의 의미를 들려주며 화끈한 녀석 만났다고 즐거워 했다.
그런가? 하며 뭔가 미심쩍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집사람의 표정과는 달리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상쾌한 아침공기를 만끽하며 달리고 있는데....

한편 모처럼 애인과 드라이브를 나온 미모의 아가씨, 만난지 몇일 되지는 않았지만 터프한 외모와 화끈한 성격 때문에 급격히 마음을 빼앗기고 있던 그녀에게는 두 남자간의 낮선 손가락 신호가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

“무슨 신호 한거에요?”
“응.. 아까 그자식이 앞에서 차가지고 한바탕 쑈하더니 나한테 손가락 하나 펴면서 ‘한번 더할까? 재밌지?’ 하길래 내가 손가락 2개를 펴면서 그랬지 ‘두번째 쑈하면 기냥 받아버린다!’ 그랫더니 그자식이 손가락 세 개를 펴면서 ‘그럼 세 번하면 잡아 먹겠네?’ 그러기에 내가 주먹을 꽉 쥐면서 그랬지 ‘너 잡히면 죽는다!!?‘ 그랬더니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데? 내가 자기만 아니었으면 그자식 지옥까지 따라가서 디지게 패 줫을텐데 자기 때문에 참는거야.. 자기 뭐 먹고싶은거 없어?”
“네.... 아니 별로.. 휴게소 나오면 화장실이나 한번 가요..”
“오케이!...”

그런 심각한 대화가 있었는지, 생명의 위협이 있엇는지도 모르는 나는 화장실에 가자는 아들의 성화에 밀려 휴게소에 들려서 우동이나 한그릇 먹자고 차를 꺽어 들어오는데 주차되어있는 반가운번호  이번엔 한끝발 높은차...
“여보 저차는 한끝발 높네?”
뭔가 기분이 찜찜했던 아내는 눈만 흘긴다.
“여보 이따가 한번 더 할까? 이차하구?”
“화장실 다녀올께요..” 하며 대꾸도 안한다.

뒤이어 휴게소로 들어오는 젊은녀석차의 눈에 띄지 않은게 엄청난 행운 이었다는걸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는 나는, 맛있게 우동을 한그릇 비우고 와서는 아직도 출발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한끝발 높은 차의 운전석을 아쉬운듯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출발... 상쾌한 휴일의 아침을 만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