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당신 가슴의 빗자루와 봉투
요즘은 세탁하면 대뜸 떠오르는게 “돈세탁”이라는 단어다. 돈이야 더러워도 많으면 되지않나 생각하던 물정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돈세탁의 진정한 뜻을 알고보니 출처를 모르도록 하는 양상군자들의 못된 짓거리를 두고 한말이라니..
누구네 집이든 철이 바뀌면 그동안 입었던 옷중에 귀한것들은 다 세탁을 맡긴다. 한동안 입었던 옷들을 뭉쳐서 세탁을 보내고 나서 그 옷들의 자리에 새계절에 맞는 옷을 내걸고 보면 마음이 상쾌하다.
그 뿐이랴 새 계절이 돌아와 맡겼던 세탁물을 찾아오거나 배달을 받아 옷장에 걸 때 바라보는 세탁물의 향취(?)는 살아가는 길속의 아주 상큼한 기쁨이 아닐수 없다. 세탁이라는 깨긋함이 주는 기쁨은 아주 상쾌하다
여러 가지 직업중에 청소를 전문으로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겼다. 특히 거리의 간판을 청소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전화기를 닦아주는 아이디어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이렇듯 세상은 청소하거나 세탁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훑고 지나가는 청소차와 그 차를 시중들며 새벽길을 정화하는 청소부 아저씨는 어쩌면 세상을 세탁하는 아주 아름다운 희생자(?)들이 아닐까. 그러함에도 우린 그들을 천민쯤으로 치부하기가 일수다.
오늘도 새벽을 나서면 22년째 통장일을 보는 아저씨가 거리를 점령한 은행잎을 쓸고, 버스종점에 숫하게 버려진 과자봉지를 줍는 노통장님의 자전거는 아직도 그분의 교통수단이다. 정말 누군가 치워주지 않으면 안되는 이 땅에 오늘도 덧없이 담배 꽁초를 무심코 버리고...
청소와 세탁은 오늘도 변함 없다. 누군가 방청소를 하지 않으면 난장판이 되는데 늘 그 몫은 우리의 어머니였다. 자녀들이 밤새 어질고 간 방마다 사랑의 청소를 마다하지 않고 늙으신 어머니의 심정을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하늘을 쳐다보면 어머니가 보고싶은 세월이다.
거리를 걸으며 이제는 생각하기로 했다. 이 거리를 누가 치웠을까? 저 많은 사람들의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면서 그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그 쓰레기들은 버려져 어디로 갔을까? 나는 얼마나 버리고 얼마나 치웠는가? 내 몫은 감당 했는가?
적당히 멀찌감치 서서 누리기만 하고 살고 있지는 않는가... 제외된 사람처럼 선택된 사람처럼 교만의 관을 쓰고 나는 다르다고 거들먹거리지는 않았는가. 나는 높은 족속이고 늘 내꽁무니에는 줍는 사람이 따로 있노라
이제 억지로라도 쓰레기를 주워봐야지...
체험이라도 해야지...
쓰레기 주운 손을 바라보며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봐야지...
거기까지 생각이 머물다가 우리의 주제인 영혼의 청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거리를 쓰는 새벽을 깨우는 청소부처럼 우리의 영혼을 청소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았다. 영혼의 참됨을 점점 빼앗기는 우리의 들판에서 안탑깝게 우리를 바라보는 분들!
동전의 양면과 같이 앞과 뒤의 모양이 이그러지지 않아야 자판기에 넣어 시원한 음료나 커피를 빼 먹을 수 있음같이 우리의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세상을 날마다 청소하며 싣고가는 쓰레기 차량과 같이 우리의 영혼을 날마다 씻어 실려 보내면 정말 좋아질텐데...
바보같이 산을 오르며 등산로에 깡통을 던져버리던 젊은날의 추억이 있고, 야구장에서 캔을 던지며 안타를 맞은 우리편 투수를 향해 욕을 퍼붓던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후회스러운 일들, 겉으로 나타난 그런일들 말고 영혼이 저지른 포악한 죄여!
회개하지 않으려해서 슬픈 사람들!
잘못을 알고도 고치려하지 않는 이 시대의 불행한 영혼들
고집을 부리며 죽을거라고 외쳐도 화약을 지고 불로 달려들어가는 이판사판의 영혼들!
청소하라면 이대로가 좋다하고 씻으라하면 이대로 살다가 죽는다하며 "내비둬!"라고 비아냥거리는 슬픈 날의 영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건만, 혀만 찰건가. 기도라도 해야지, 나가서 외치기라도 해야지, 써서 우체통에 꽂아 놓기라도 해야지...
살다가 죽고말 이 땅이라고 대충 지나지 말자. 이 땅의 영혼은 사랑의 대상이며 사랑이신 분이 만든 귀한 영혼인데....보이는 것들을 쫒아 가다가 결국 심판의 구덩이로 떨어져 울부짖으며 후회할 이들에게 먼저 아는 이들이여 영혼을 좀 살펴주자
세탁! 영혼의 세탁! 청소! 영혼의 청소!
죽어가는 이 땅의 영혼들을 위한 청소부가 되고자 당신의 귀한 영혼속의 잠자는
기도의 빗자루 전도의 봉투라도 꺼내 거리로 나서보자 남루한 영혼을 위하여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