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8

박상을 아시나요


BY 미금호 2003-12-03

며칠전 농수산 시장에 갔다가 우연히 "쌀 옥수수"라고 포장된

강냉이 쌀을 보게 되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나도 모르게 그 쌀집앞에 서서

40년전 세월의 뒤켠을 더듬어 본다

나의 유년시절은 강원도 산골  비안이란  곳에서 보냈다

앞을 보면 큰 냇물이 흘렀고  집뒤로는 비탈진 옥수수밭을 낀

병풍같은 산이 조그만 마을을 감사안고 있는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러나 우리집은 아니 그당시 온 국민이 다 가난하던 시절에

우리집 식구또한 예사롭지 않게 딸만 여덟이었고

따라서 없는 형편에  먹을것이 풍족치 못해서

우린 항상 배가 고팠다

먹을것이 라곤 흔한 강냉이가 주식의 전부였다

봄에는 점심을 굶을때가 더 많았고

그래도 여름에는 감자와 옥수수를 삶아 먹을수 있었고

풋옥수수알갱이로 올챙이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얼마나 밋이 있던지....

그리고 앞 냇물에서 잡은 가물치와 미꾸라지로 영양보충을 했었다

 

어느새 가을

가을이오면 옥수수를 추수해서 말리고

옥수수 대는 서로 맞대어세워서 낫가리를 지어서

그속에다 옷수수를 보관한다

농한기에 접어들면서 엄마와 큰언니는 윗목에

멧돌을 놓고 손잡이를 마주잡고 옥수수를 둘둘둘타갠다

그것을 굵은 발의 채로 내려서 가루는 밀가루와 막걸리를 섞어서

빵을 만들고 채위을 굵은 것은 쌀 대용이다

그나마 부자집은 찰옥수수로 밥을 해먹지만 우리집같이 가난한 집은

매 옥수수도 감지덕지인 셈이다

밥을 지을땐 큰 가마솥에 먼저 옥수수쌀을 앉힌 다음

진짜쌀 한줌 을 가운데 놀고 감자도 여기저기 놓고

장작불로 밥을 하면 그 구수한 냄새가 집안 가득하게

군침을 삼키게 한다

그렇게 산밑 초가의 굴뚝에서 나는 연기 조차도 정겹고

푸짐한 저녁상을 연상케 한다

보억 아궁이 숯불위에서는 청국장 찌게가 보글거리고

벌건 장작 숯불위에서는 점심 나절에 시장 다녀오시는아버지의 손에 들려온

새끼줄에 매달려온 간 고등어 두어마리 가 노랗게 지글지글 익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 밥만 이밥으로 한주발 뜨고나면 남은것은

감자와 강냉이 뿐이다

뜨거울땐 그런데로 먹을만 하다하지만 식은 강냉이 밥을 먹을라 치면

딱딱해서 밥을 수저로 뜰수가 없다

애꿋은 양재기 부딫치는 소리만 요란하다고 아버지에게 얼마나 야단을 맞았는지...

복나간다고....

 

그리고 기나긴 겨울동안의 간식은 감자와 고구마도 있지만

강냉이를 튀겨서 먹는 뻥튀기. 강원도 사투리로 "박상"

이 박상을 튀기러 가는 몫은 작은 언니와 내 차지이다

우린  십리가 넘는 진부장에 옥수수를 서너되를 머리에 이고

포장도 안된 신작로를 타달타달 걸어서 구비구비 돌고 돌면서

진부시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시장 맨끝에 자리잡은 뻥 튀기 아저씨에게

강냉이 한되는 품삯으로 주고 나머지는 시꺼먼 기계에 넣고

달달 하라고 당원 몇알갱이도 넣고는 아저씨는 기계를 힘차게 돌린다

아주 고소한 냄새가 시장통을 진동을 하는 칙 하고 김을 빼고

"뻥"소리와 함께 하얀 박상이 쏟아 진다

그리고 언니는 키보다 더큰 박상 자루를 머리에 이고

나는 동생이라고 아저씨가 조금전에 뻥 할때 흩어진 박상를 줏어서

엑스란 내복에 싸준것을 배가 볼록하게 안고서 오는길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언니는 머리에 박상을 이고 나는 노래를 부르며

내복에 싼 박상을 언니입에 넣어주고  내입에도 한움큼 넣고

행복해하며 다시 신작로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함박눈이 몽실몽실 떨어진다

우린 추운줄도 모르고 박상 한입 먹고 함박눈 한방울 받아먹으며

걸어서 집에 오니 어둑어둑 해가 진다

그렇게 기나긴 겨울의 유일한 간식인 박상이 있으므로해서

우리여덟딸들은 행복했었다

 

지금 이나이에

어쩌다 시골길을 지나다가  멀리 보이는 노을진 산밑의

빨간 함석집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르면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온다

그것은  아마도 아스라히 멀어져간

어린 시절의 배고팠던 아릿한 향수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