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혹의 다리를 건너며 많이 닳아 반들해지는 내마음 자락이 편안하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던 성품도 어느정도 퇴색해서
대충 철저히 해도 마음 편하니....
세월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언제나 대충대충 넘어가려는 남편과
티끌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미주알 고주알 부딪히면서
어느덧 불혹의 끝자락에 와 있다.
때로는 무슨 부모죽인 원수같이 으르렁대면서 몇날 몇일을 마음의 칼을 갈면서
나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하였다.
어느한때는
"애들만 커 봐라...
당장 이혼이다...."
밥먹는 모습 마저도 보기싫어 눈을 내리깔고 밥을 먹기도 하였으니.....ㅎㅎ
내 성질 고약한건 모르고 남편만 들볶고 있었으니
당하는 남자의 마음이야 더 얘기해서 무엇하랴...
묵묵히 웃으며
바가지 긁는 나에게
"어이구!!!이 철부지....ㅎㅎ"
"내일 비가 올려나.."
"뉴스 못들었어?....."
나는 심각한데 아무일 아니듯 얘기하는 남편에게 난 또 약이 오르고....
그래서 또 싸우고...
아니 일방적인 ....
세월이 약이라더니....
나의 완벽함이 상대에게도 완벽함이 아니라 불편함임을 깨달으며
대충도 넘어가고 ....
정리도 대충....
하다보니 살다보니 그렇게 사는 것도 편하더라....
이제 흰머리 하나둘 늘어나는 남편의 모습보며
애잔한 사랑이 싹튼다.
내가 아니면 이남자 누가 건사해 줄까...
여름옷인지 겨울옷인지 분간도 못하고
내가 일일이 챙겨주지 않으면 한겨울에 모시 와이셔츠 입고 나가는 남자...ㅎㅎ
이제는 그에게 힘이 되어주어야겠다.
능력은 없지만....마음만이라도 의지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