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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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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쓰는 일기장 (2)


BY 녹차향기 2003-12-03

남편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 적어서 투덜거리고 살아요.

다른 사람들은 남편이 없으면 더 편하고 좋다고 하지만,

결혼한 후 이런 저녁시간에 남편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없는 저로써는

해질녁 남편이 돌아올 시간을 맞춰 장을 보고,된장찌개에 두부를 굽는 주부들의 모습과,

오손도손 한 밥상에 매달려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이 정말 부럽기만 해요.

 

주말,

값싸고 맛있는 식당 테이블 마다 삼삼오오 가족들이 자리를 하고,

외식을 하는 풍경은 저에겐 고문같답니다.

간단한 여행복 차림을 하고, 베낭을 둘러메고 가족끼리 주말을 즐기러 떠나는 모습도

저에겐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지요.

 

오히려 결혼하기 전 남편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많았지

지금은 새벽을 꼴딱 새우고 아침에 들어오는 남편과 밥을 먹는 시간도,

잠을 자는 시간도 다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부부가 한 침대에 나란히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 일도 일년에 한 두번 있을까말까한 연중 행사(?)...으음...

(그 다음 일들도 궁금하시리라...ㅋㅋㅋ)

 

이즈음 되면 직업이 무척 궁금해 지실거예요.

제가 작년에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연재를 하면서 개업식을 하고,

장사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했었지만 구체적인 업종을 밝히지 않아

너무너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었는데,

 

차마 입을 열지 못한 것은 직업에 대한 나름대로의 컴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이예요.

그것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이렇게 궁금하게 해 놓고 밝히 않으면 여러분들이 잠을 못 주무실 것 같아......

저희 숙박업을 하거든요.

흔히 말씀하시는 모텔이예요.

 

남편이 잠을 못자는 이유 이제 밝혀졌죠?

요즘은 더군다나 불경기 탓에 텅텅 빈 방이 많아 새벽을 꼴딱 새우고, 아침이 되어야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 남편의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운지요.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잘 알고, 도덕적이 가치기준으로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분도 많은 것을 압니다.

 

하지만,그 또한 직업의 일종이며, 애써 수고하고 노력하여 돈을 버는 일이기 때문에,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거지요.

어머님께서 하시던 일을 돕기시작하면서 벌써 햇수로 십오년째랍니다.

혼초부터 제가 시작했던 일은 손님방에 들어가는 주전자와 물컵을 닦는 거에서부터였지요.

 

고생이요?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힘든거였지만,너무 억울하고 비참한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사는 것이 더 괴로웠던 시절이었어요.

공부도 할만큼 하고, 괜찮은 직장생활도 수년을 했던 것,

무조건 집안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현실이 속을 터지게 했고

나날이 마른장작깨비처럼 말라가며 죽어라고 일만 했지요.

눈물이 베갯잇에서 마른날이 없던 그 시절을 행여 다시 살라고 하면,

지금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만 같아요...

 

아파트 집집마다에 따스한 저녁불빛이 밝아오고,

밖에 나갔던 가족들이 손을 호호 불며 집으로 돌아오는 밤시간마다 어린 두 아들을 옆에 데리고 앉아 하루 일을 두런두런 얘길 하며 지냈지요.

그렇게 십오년 세월이 흐르는 강물처럼 빨리도 지나갔구요.

마냥 청춘일줄 알았던 남편의 머리가 하얗게 변하기 시작해서 가슴이 아프네요.

 

가끔 잠들어 있는 남편의 머리를 가만히 쓸어넘기며 중얼거려봐요.

"아프지 말고, 더 나이 먹지 말고, 지금 이대로 오래오래 있으면 안될까?"

우리 같이 한 시간이 너무 모자란데, 시간은 이렇게 겁없이 흘러가고 있으니,

햐~~~

이제 달랑 한 장 달력을 마주하고 나니 억울한 마음 복장이 터질 것 같네요.

 

오늘 저녁에 한 밥상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신 어느 집을 이렇게도 부러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사소하지만 아주 별 것 아니지만, 그것조차 어떤 이에게는 커다란 부러움일 수 있다는 것.

 

행복은 그렇게 사소하고 작은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별 것 아닌 반찬을 놓고도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셨다면 이미 님은 행복한 사람이잖아요.

 

항상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