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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옵니다. 요즘은 겨울이라해도 그리 추운줄 모르고 지내지만 옛날에는 12 월이 다가오면은 매운 한파와 눈보라가 휘몰아 쳤습니다 기온도 상당히 많이 내려가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얼굴을 어깨에 파묻고 다니기도 하고 손을 호호 불면서 다니기도 했답니다. 호호~ 불면 하얀 입김이 솔솔 연기처럼 나오기도 했었지요.
어린 아이들은 벙어리 장갑과 방울달린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그 모자 끈이 길어서 목에다 칭칭 감고 다니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 방울이 그네띄듯 이리저리로 흔들리는데 무척 따뜻해 보였답니다.
작은 교회에서는 아이들이 작년에 썼던 트리 용품들을 꺼내놓고 요리조리 치장을 합니다. 지금 같으면 팬시 전문점에서 별 희한하고 앙징스럽게 생긴 크리스마스 트리가 많지만 그때에는 뜸벅뜸벅하게 뜯어낸 솜뭉치하며 삐뚤빼뚤 오려낸 별들과 오색 찰란한 색색이 전구가 빛을 발했습니다. 맞아요.. 그땐 아이들이 황금색 별을 달아주었는데요, 요즘은 별 색갈이 빨간색으로 바뀌어 버렸답니다. 지팡이도 있었어요, 색동색으로 둘둘 말려있었답니다. 가장 중요한건 빨간 우단으로만든 양말이었답니다. 정말 포근 했어요.
크리스마스 공연 준비를 하느라 어린아이들은 매일 교회로 나오곤 했답니다. 주로 "동방박사" 같은 연극을 했는데 몇 마디 안 되는 대사들을 외우느라 애를 쓰는 모습들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총연습이라도 하는 날은 교회에서 아주 그럴듯한 간식이 나오곤 하는데 정말 꿀맛처럼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어설프지만 옷도 비슷하게 입으려고 준비를 합니다. 주로 동방박사들은 하얗고 긴 옷을 입고 허리에는 끈을 동여 맸습니다. 머리에도 하얀 두건을 씁니다, 물론 지팡이도 하나씩 집고요.. 마리아와 아기예수....그리고 준비한 예물함.
아이들이 공연하는 시간이 되면 어른들이 자리를 꽉 채웠답니다 그날은 생전 교회라고는 발도 안 디밀던 할머니가 손주 재롱 보러 나오시기도 하고 맨날 바쁘던 아빠들도 의자에 앉아 자기 자식 나오기만 목이 빠지게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연극에 나갈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 얼굴로 괜히 바쁜척 교회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폼을 잡았지요. 그러다가 카메라 가진 집사님이라도 만나면 사진 한방은 보너스 입니다.
일년 열두달중에 내가 나와서 숨쉬는 달은 십이월 한달 뿐이기 때문에 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풍경을 마음속 깊이 간직해야 한답니다. 열 한달을 캄캄하고 습기차고 냄새나는 창고에서 지내려면 하루는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를 또 하루는 가늘고 고운 찬송소리를 .. 이렇게 한가지씩 꺼내가며 하루를 지내다 보면 어느새 겨울이 되돌아오곤 했답니다
지금은 정겹고 따끗했던 풍경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커다랗고 으리으리한 트리만이 눈에 띄어 사랑을 받습니다. 슬픈일이지요. 트리는 너무 크고, 너무 높은 담벼락에 붙어 있어야 하는지 생각만해도 어지럽습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전구가 드문드문 있어서 따듯하게 몸을 녹일수가 있었는데 요즘 트리나무에 다는 전구는 깨알같이 전구가 박혀 있어서 너무나 뜨겁습니다. 몸이 타는것만같구 어찌나 전구가 방정스럽게 반짝 , 바반짝, 반짝반짝, 바반짝반짝 요란스러운지 정신이 없고 눈도 아퍼 죽겠습니다. 이젠 전구가 노래까지 해서 하루종일 귀도 아픕니다.
나도 이젠 늙었나 봅니다. 옛날 일을 그리워하다니.. 그때 아이들이 솜을 포근히 붙여줄때 , 가까이서 만져줄때. 집에서 별하나 그려와서 달아줄때 그 따뜻한 손길이 아련하게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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