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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64

이런 기분 아세요?


BY 바늘 2003-12-02

자동으로 팝업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쉴사이 없이 콜을 한다.

 

길어진 머리에 헤드셋이 스르르 밀려 떨궈 내리려 하자 한손으로  꼬옥 눌러 잡고 한손은

고객의 재콜 요청에 바쁘게 메모를 하는데 내앞으로 택배 상자 하나가 투욱 놓여진다.

 

어머~ 이게 뭘까?

 

아~~ 세상에~~ 정말 보내주셨네~~

 

택배 상자안에는 각종의 분첩이 들어가 있었다. 파우더 분첩을 비롯하여 콤팩트 분첩,

종류도 가지 가지 색상도 여럿이다.

 

보라색 하얀색 살구색 반딱이는 셀루로이드에 정갈하게 포장되어 한아름 보내온 선물이다.

 

단지 업무중 목소리로 만난 고객분인데 고객님의 회사에서 만들어낸 생산품( 국내의 유수한 화장품 회사에 납품 한다고 하셨다) 을 얼굴도 전혀 모르는 나에게로 보내온 것이다.

 

모두들 감탄~~

 

다들 하나씩 건네 주면서 행복한 날이었다.

 

메모된 번호로 감사의 전화를 드렸더니 보내준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켰을 뿐이란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게 변한다 해도 아직은 살곰한 정이 넘치는 나라가 분명한가보다.

 

요즈음 콜센터에서 내가 하는 업무는 콜센터의 꽃(?)이라 하는  보험 텔레 마켓팅이다.

 

보험하면 으례  안면있는 누군가 찾아오면 어쩌지 못하고 들어주던 이미지가

나에게도 있었기에 처음 이업무를 시작하기전 그리 썩 내키지는 않았었다.

 

보통 짧아야 보름~

2주의 교육을 받고 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는데 처음 선발대로 뽑혀 1기는

보험사에서 직접 회사로 출강을 나온 분에게 이일인가 삼일인가 스피트 있게

속전속결로 공부를 하고 밤샘으로 예상 문제지를 독파(?)하여 자격증 취득을 하게

되었다.

 

시험을 보고 합격의 통지를 받고 지난날 상상도 하지 못하던 새로운 일에 발을 딛게

된것이다.

 

이제와 새삼 이나이에~~~ 최백호가 부른 유행가 노랫말처럼 그렇게 말이다~  

 

실제로 친분이 있는 누군가에게 직접 찾아가 상품 설명하여 계약 체결하기도

쉬운일이 아닐진데 생면부지의 누군가에게 불쑥 전화로 상품 설명을 하고 몇분안에

계약을 따낸다는게 (때로는 몇십분) 얼마나 어려운지~~

 

그간 2개월여 만에 투입된 인원의 절반이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들 모두 회사에서 착실하게 실적이 좋았던 상위팀들에서 골라낸 상담원들이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자 날이 갈수록 얼굴들이 어두워 지더니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직서를...

 

콜이 연결되는 고객을 내가 선정하는게 아니라 자동으로 모니터에 올려지고 연결된

고객과 상담을 하게 되는데 그간에 해왔던 어떤 콜보다  계약 체결 하기가 정말

고난도의 땀나는 일이다.

 

아침이면 도살장 끌려가는 소마냥  나역시 너무도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이일을 시작하며 나는 또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몇일전 영업 실적이 개인별로 공지되있는 콜센터 게시판을 총무파트 키다리

총각 직원이  찬찬 바라보더니 마침 그앞을 지나는 날보고 하는말~ 역시~~

뭘해도 최고시네요~~

 

바보일까?

 

아파도 고단해도 결근도 조퇴도 없이 열심이다.

 

어쩌면 기댈 언덕이 없음에 그리 막무가내 돌진일지도 모른다 싶다.

 

그런 생각이 찾아들면 어느사이 신세 한탄이 절로 나는데 그럴때 얼른 이나이에

일할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것 그것만도 감사해야지 하고 마음을 애써돌리려 한다.

 

그런 힘겨운 날들 속에서 연결된 고객과의 통화중 업무상 고객의 하시는일 그러니까

직업에 관하여 물음을 하게 되는데 자신은 이미 들어놓은 상품도 있고해서 승락은 어렵지만

새로 창업을 하여 이러 이러한 일을하는데 생산품을 택배로 보내줄수 있단다.

 

어머 정말요?

 

감사합니다. 직원들과 나눠서 잘쓰겠습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 잊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첫날에 바로

배달이 온것이다.

 

목도 아프고 머리에 두통도 찾아드는 결코  만만한 일자리가 아닌 직장이지만 와중에

일을 갖게 됨에 보람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일을 언제까지 하게될지 모르지만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할때 분명 발전된 나를

만나게 될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고객에게 받아든 선물 상자 하나로 감동했던 어제였습니다.

 

여러분 ~

 

제 웃는 얼굴 보이시나요?

 

방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