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날의초겨울이 생각난다.
30여년전만해도 농촌에는 가을 추수가 끝나면,
곧바로 농한기로 접어들었다.
산 이 병풍처럼 둘러있던 우리 동네는,
해가 일찍져서 밤 이 빨리 찿아왔다.
신작로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야하는
우리동네는,
저깃불도 없어서 호롱불을 밝혀야했다.
저녁을 일찌감치 해먹고, 호롱불아래서
아버지는 ,긴~긴겨울밤새끼줄을 꼬으셨고,
엄마는 우리들에게 책을 읽어주셨다.
밖은 칠흑처럼 깜깜했고,
이따금 울타리를 스쳐가는 바람소리만이 ,
산꼴의 적막함을 깨울뿐이었다.
동생들과 나는 엄마의 입만바라보며,
얘기책속에 푹~~빠져있었다.
엄마는 책읽으시는것이 힘드신지,
가끔 후우~!하고 숨을 고르시며'재밌냐?'
하고 물으시곤하셨다.
그러면 우리들은, 재밌다며빨리 읽어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때였다.
엄마는 갑자기 놀라시는 표정을 지으시며,
'얘들아,무슨소리 안 들리니?'하셨다.
우리들은 엄마품으로 달려들면서,
'엄마!무서워~?!'하며 서로 엄마를 부등켜안았다.
그런데 엄마는 웃으시며괜찮으니까,
조용히좀 해보라고하셨다.
그래서 휘둥그레진 눈으로멀뚱멀뚱쳐다보며,
바같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가 들려왔다.
사락~사락~~사~락.....
'엄마 뭔소리지?'라고 조그맣게 말하니,
엄마는 알고있다는듯이 빙그레 웃으셨다.
'아마도 첫눈 인가보구나' 라고하시기에,
우리는 동시에 '정말??!!'
하면서 빨간내복차림으로 방 문을 열었다.
잠깐이나마 우리들에게 긴장감을 주던 ,
그 문제의 소리는 ? 눈 오는 소리였다.
그것도 첫눈의 소리였다.
까만하늘에선,
하얀나비인듯이하염없이눈이 나풀댔고,
우리들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받아먹으려고,
마당을 빙~~~~빙 돌았다.
한밤중에 떠들레하니 사랑방에서,
새끼를 꼬시던 아버지께서 문을 열어 보시곤,
허허 웃으셨다.
한바탕 마당에서 첫눈 맞이를 하고나니,
한기가느껴져 우루루~방으로 들어가,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엄마는 윗목에있는 화롯불을 다독이시며,
책 읽을 준비를 하셨다.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속에,
엄마의 흥미로운 책읽기가 계속되었다.
엄마의 입김따라 호롱불은 일렁거렸고,
문에드리워진 엄마의 그림자도흔들거렸다.
초가집처마끝에는 첫눈이 쌓여갔고,
초롱초롱 하던 우리들의눈에는 ,
잠 이내려앉고있었다.
잠결에들려오던 엄마의 책 읽는 목소리가,
너무도 포근하고 아늑했다.
이제,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첫눈내리던 그날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생생함속 엄마의 모든것이 그리워진다 ....
한없이..............,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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