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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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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


BY 바늘 2003-11-29

왠지 같은 상황일지라도 어느 순간 더 나빠진것도 더 좋아진것도 아닐진데

유독 신세한탄에 설움이 복받쳐 올라 가슴이 횡한날이 있다.

 

서울 하늘은 아침 출근길 부터 가랑비가 오락 가락 한방울씩 튕겨나더니 퇴근길

회사앞을 나서다 사무실에 놓아두었던 우산을 다시 찾아들고 주룩이는 빗속에

걸음을하였다.

 

가을날 울긋 불긋 설레임을 주던 회사앞 보라매 공원의 고운 단풍은 이제 빗속에

빈가지만 남겨두고 홀홀 색바램으로 채곡 쌓여져 계절은 가을에서 이제 완연한

겨울이다.

 

겨울비!!!

 

감성적 성격탓일까?

 

난 참 눈물이 많다. 좋아도 눈물이 나고 슬프면 더 그렇고 어쩌다 알콜로 목이라도

적신날은 아예 수건한장 가져다 놓고 빈집에서 엉엉 한참을 소리내어 울어도 보는데

그러고 나면 한결 속이 시원해 지기도 한다.

 

20여분을 걸어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멍하니 밖을 보았다.

 

꽃가게 앞은 어느사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진열대를 꽉 채웠고 작은 전구들이

반짝이며 깜박거린다.

 

차창에 비추인 나의 몰골(?)에 놀라 손으로 머리한번 쓸어올려본다.

 

지치고 고단한 모습~

 

길이 안막혀 그래도 비교적 수월하게 단지 정류장에 도착하였는데 아까보다 굵어진

빗줄기에 가지고 있던 우산을 얼른 펴들었다.

 

한걸음 두걸음 천천 느릿 ~~

거북이 걸음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걷다가 삼척에 사는 친구 생각이 났다.

 

나야~

 

잘지내니?

 

동해바다~

 

힘이들고 어깨가 무거울때 문득 그친구가 떠오른다.

 

반가움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데 그친구 서울에 그리도 시샛말로 빵빵하게

잘나가던 시누이 남편이 지금 말기 간암으로 생명이 위독하단다.

 

이제 40대~ 한창 남자로써 자리잡아 일할 나이인데 어쩌면 좋을까?

 

한손에 우산을 받쳐들고 집앞에 다다렀지만 한참을 동해바다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놀이터  미끄럼틀 앞을 여러차례 오가며 그렇게...

 

속내를 들어내고 하소연할 친구가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살아감이 벅차도 서로 이겨내고 잘견뎌보자 다독이며 안녕을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냉기가 서린 집에 보일러 난방 스위치를 켜놓고 서서히 느껴지는 온기에

나도 몰래 스르르 잠이들었다.

 

딩동~~

 

친구들과 노래방에 다녀왔다며 딸아이가  늦은 귀가를 하여

조잘 조잘 이야기를 펼친다.

 

엄마~ 저녁은?

 

아니 안먹었어 먹기 싫어서~~

 

엄마 내가 맛있는거 해줄께~~ 냉장고 문을 열더니 뭘해줄까?

 

엄마 여기 생짜장면 있는데 어때?

 

아~~ 뭐 더 맛있는거 없을까? 엄마 뭐좀 먹어야 해~~~

 

딸아이 성화에 그래 그래 알았다

 

짜장면 해줄래 그럼?

 

딸아이는 알았다는 싸인으로 머리한번 끄덕이더니 까스렌지에 불당기고 금방

후다닥 뜨근한 짜장면 한그릇을 마술처럼 뚝딱 식탁에 올린다.

 

계란 후라이도 동글게 부치고 짜장면 쏘스는 펄펄 데워 생면에 얹어 제법 모양도

맛도 그럴싸했다.

 

회색빛 우울에서 딸아이로 인하여 푸근한 핑크로 온화함이 느껴져 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

 

세상에는 나를 잊어가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나를 기억하고 배려해주는

사람이 많기에 그래도 와중에 왈칵 행복합니다.

 

아 ~~그런데 지금 몇시야?

 

다시 자야 하나 말아야 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