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경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형수님, 왜 전화 안하세요?"
"왜 내가 전화할 일이라도 있어요?" 하면서 순간 생각이 났습니다
오늘이 막내 시동생의 생일인것이.
"형수님 전화 하루종일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화기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시동생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배어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결혼하고 10년동안 생일날 아침이면 꼭 축하전화를 해주시길래
오늘도 전화가 오겠거니 하루종일 기다렸노라고 합니다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그런걸 잊어버리다니 형수님도 이제 늙으시나봐요" 합니다
제가 결혼할 때 제 시동생은 중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시댁이 지방이었기에 재수 학원 다니면서부터 결혼하기전까지
서울에서 저와 함께 살았습니다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 사는데
밤에 술마시면서 형수님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고도 하고
보고싶단 말도 곧 잘 합니다
그런 시동생이 당뇨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도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고 하니
자연 저와의 전화통화내용이 술 끊으라는 잔소리로 시작해서 잔소리로 끝나게됩니다
사실 잔소리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그러다 어느날 잔소리하는 나도 이렇게 지겨운데
듣는 사람은 오죽할까싶어 잔소리를 안하고 전화를 끊었더니
다음날 동서가 하는 말이 이제는 형수가 나한테 신경 안쓴다고 화를 내드랍니다
사실 제가 결혼하고나서부터 여태까지 사고도 여러번치고
속도 엄청 썩였답니다
지금도 물론 계속 이런 저런 일로 우리 식구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있습니다
이렇게 철없고 사고뭉치인 막내 시동생이
속도 안 썩이고 예쁘게 잘 살고있는 다른 시동생들보다도
이쁘니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그 시동생 일로 머리아플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40이 다 되가는데도 철이 안들었는데 언제쯤이나 철이 들른지...
아마도 아들과 같이 철들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이제는 그 시동생 뒷치닥거리에 지쳐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