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오늘! 참 추웠는데...
34년전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한 남자를 만나 새로운 인생의 첫발을 디딘 날이기도 하다.
길다면 참 긴 날들이었다.
터널처럼 앞이 캄캄하던 날도 있었다.
결국은 그 터널을 허우적 거리며 잘도 빠져 나왔다.
터널을 통과한 후 바라 본 새하늘은 눈부시었다.
들길을 달려 꽃밭을 지나
내를 건너 휘파람도 불며 잘도 달려왔다.
터널을 지나면서 확인한 것들이 있었다.
서로 너무 달랐지만
그래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까지
아주 비싼 값을 지불했다.
네가 있음으로 내가 있다고 고백을 하기까지는
혹독한 증오의 터널을 통과해야만 했다.
한때 그리 생각한 적도 있었다.
첫눈 오던 날 만나지 않았더라면
서대문 우체국에 나가지 않았었더라면
인천행 고속버스를 타지 않았었더라면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첫눈 오는 날 만나지 못했더라면
서대문 우체국에 나가지 않았었다면
인천행 고속버스를 타지 않았었더라면
배시시 웃는 손녀딸의 해맑은 얼굴을 보며
\"우리는 정말 잘 만났어\"
머리칼에 내려 앉은 하얀눈을 보며
\"천생연분\"이란 말이지.
\"평생원수\" 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