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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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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심은 총각무.


BY 도영 2003-11-19

어제 인천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야..아버지 한테 전화 해보았더니 상심해 계시드라..""

""왜에?몬일로?"

'"세상에 아버지가 육남매 주려고 가을내내 심은 총각무를 밤새 홀랑 싸그리 뽑았갔단다. 밤인데도 한알도 안냄기고 뽑아 갔덴다..""

""오모야 세상에 칠십 노인네 자식들 주려고 농사진걸 밤새 뽑아간 철면피가 있었네..""

매스컴에서만 농사도둑들이 설친다고 들었는데
내 아버지가 그런 일을 당한줄이야.

홀로 사시는 칠십대 중반 우리 아버지.
아들딸 선호사상이 남보다 투철해 나 어릴때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었는데.
뒤늦게 아버진 당신의 잘못됨을 아셨는지
딸들에게 잘하려고 아들딸 똑같이 줄거라고 배추도 심고 총각무도 심어서
그동안 딸들에게 잃었던 인심 좀 얻어보려고
작정 하고 심은 농산물을 밤새 도둑맞고
빈밭을 접한 노인네는 어떤 심정이였을까.

올 부터 이젠 딸들도 쌀주마.약속 했더랬는데
23년만의 기후 이상으로 쭉정이만 남은 탓으로 반도 건지지 못해
쌀 인심도 베풀지 못하는 울 아버지.

허나.
밤새 훔쳐간 그 분?들이 너무나 급해서 아이들 공납금도 못낼판이여서
아님 집사람이나 아이들 수술비가 없어서 보태려고
가졌다면 다행인데..

요즘 알타리 무가 윗쪽지방엔 비싸다면서요.
훔쳐간 그분들의 가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찝찝하고 씁쓰레한 마음으로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