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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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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요즘 왜 이러지?


BY 올리비아 2003-11-18

우리 집은 식구수에 비해서
김치를 그리 많이 먹는 편이 아닌지라

가끔 배추값이 금값이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막내딸 말마따라 김치담그기 포기하고
간혹 포기김치 사먹을 때도 있다.-_-+

그러던 어느날 아파트 장날
배추 몇포기를 사와서는 김치를 담궜다.

그런데 나의 정성에 비해서 김치맛이
영..만족스럽지 못하다..-,-

김치를 먹던 남편..

"그냥..좀 사먹지 왜 힘들게 담궜어~"

듣는 나 순간 기분 묘~~~해진다.
내가 누군가..눈치 9단이 아니던가..

"자기.. 지금 김치가 맛없다는 야그지..ㅡ,-"
"ㅋㅋ아니~~"

"말이야..김치를 막 담그고 있는데 고춧가루가 떨어졌던 거야
그래서 할수없이 슈퍼에서 파는 고춧가루를..#$@#"

김치 맛을 괜시리 고추가루 핑계를 데곤
김치가 며칠 더 익길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맛없는 김치 맛있게 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익히면 된다..
좀더 전문용어를 쓰자면..
숙성이라 하겠다.
이런 지혜도 쉽게 배운게 아니다.
다 안다구?..끙..-_-;;

그리곤 며칠 후 남편과
찜질방에서 미역국을 먹는데

캬~ 깍두기 맛이 기가 막힌기라~~
그려.. 이번엔 깍두기 한번 담궈보자..-,-^

요즘 나 왜이러징?
김치담그기에 소극적인 내가
왜케 적극적인 주부가 되는거냐구우~^^*

아파트 장날 무우 5개묶음을 사서
깍두기를 담구느라 정신이 없다.

어떻게 해야 식당에서 파는
걸죽하고 맛있는 깍두기 맛이 날까나..

인터넷을 찾아보며 공부하곤 깍둑모양을
열라 썰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뭐해?"
"웅~ 깍두기 담궈..^^"

"요즘 김치를 자주 담그네......."
"그래서...싫어?"

"아~니..싫다기보다는..ㅋㅋ"
"근데 어째 말이 이상하넹"

"얼마나 먹는다구 걍 좀 사 먹지~"
"뭐셔?? 어째 기분이 나뻐질라 구러네.."

"ㅋㅋ자기 힘들까봐 구러지~~"
"아녀.. 아무래도 그게 아닌거 가툐..-_-+"

저번 배추김치처럼 실패할까 봐
그러는 모양인데 말이지..

흥! 두고 보자구..
며칠 맛나게 익으면 깜짝 놀래켜 줘야지..

며칠 후 제법 깍두기가 붉게 빛을 발할때
식탁등극..짜쟌...

"어때? 맛있지?^^*"
"무우가 맛있네..."

"뭐셔? 깍두기가 맛있는게 아니고 무우가 맛있다구? 자기 끝까지 그럴래??"
"ㅋㅋㅋ그래 깍두기 맛있다~~"

"칫~내가 이거 담글라구 얼매나 힘들었는줄 알어?양파도 갈구..@$##@$"
"그래 맛있네.."

"우띠..표정 밝게하고 먹어"-_-*

그리곤 다음날 아침 베란다를
바라보던 남편이 깜짝 놀라서 묻는다.

"이건 또 뭐냐?"
"웅~무우청이야..햇빛에 바짝 말려서 겨울에 씨래기국 해먹을라구~히~^^"

어머! 자기 지금 나의 모습에 감동먹었구나..큿~
자기 나 이쁘지?
살림 잘하는 마누라가 자랑스럽지?
사랑스러워 죽겠지?..호호.....

"에구~ 너 정말 요즘 왜 그러냐.."
"왱...뭐가..호홋~^*^"

"참나..이건 말야 이렇게 햇빛에 말리는게 아니구
바람 잘부는 그늘에 걸어둬서 말리는 거야"
"헉!..정..정말??"

"에이구~~ 얼마나 먹는다구 이러냐..좀 사 먹구 말어라..참내."
"난..또....그런 것도 모르고 햇빛 잘드는 곳만 찾아
신문지 활짝 펴서 바짝 말리고 있었지.."

"평상시 안하던 행동 좀 하지 마라..심란하다..ㅋㅋ"

어..쩐..지..-_-;;
너무 빠짝 말라서 나도 좀 이상하다 했떠..

며칠 전 6시 내고향 티브에서
겨울 밑반찬들을 햇빛에 말리는 장면들이 나오더라구..

캬~그려.. 나도 함 해보는 거야..-,-^
그래서 흉내 좀 내보았는데..

아띠..
나 요즘 왜 이러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