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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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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끄럽게 만든 제니 아줌마


BY alice 2003-11-18

내가 처음 제니를 만나 건 이맘쯤 이었을 꺼다. 큰 아이가 두돇을 갓 넘긴 무렵. 난 남편에게 항상 힘들다고 했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게 외롭다고 노상 이야기 했으니까.

 

남편은 직장을 인디애나로 옮기고 우리 가족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게 됐다. 제니는 우리 앞집 아줌마 였다. 미국 여자 치고는 작은 체구에 서글서글한 눈매에서 벌써 친근감이 가는 젊은 아줌마였다.

 

볕좋은 가을날 아이와 함께 앞 마당에서 놀고있는데 그녀는 고만고만한 남자 아이를 셋이나 데리고 나와서 놀고 있었다. 큰 아이는 세살, 둘째 아이는 두 살, 그리고 막내는 이제 7개월. 보기만 해도 난 기가 질리는 가족이었다. 아이들은 누런 콧물을 주렁주렁 달고 있고.

 

제닌 항상 웃고 있었다. 난 제니를 붙들고 하소연하기에 바빴고. 그런데도 그녀는 아침 6시면 일어나 샤워하고 아이들이 7시면 일어나 아침먹이고 9시면 항상 앞마당에서 놀이 시간을 보내고 12시가 되면 다시 점심 먹으러 들어가고. 오후 서너시면 아이들을 이끌고 다시 나와서 저녁 먹기전까지 아이들을 놀리고 야구도 가르치고, 축구도 가르치고 게임도하고. 그러다 지겨워지면 동네도 한바퀴 돌고오곤 했다.

 

난 아이 하나 키우는데도 그녀의 스케줄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침먹고 나오면 항상 11시가 넘어서 우리 아이는 12시면 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라가고 싶어하곤 했다..

 

그녀는 모두 쉬는 토요일에도 어김없시 아침일찍부터 아이들을 이끌고 나와서는 새벽에 공원에 다녀왔다고 한곤 했다. 남편이 주말에도 일을 하고 저녁 늦게까지도 일을 한다고 하면서..

 

그래도 그녀는 항상 웃고 있었고 그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놀면 동네의 많은 아이들이 그녀의 앞마당에서 놀곤했다. 마치 동네 아이들이 그녀의 스케줄에 맟춰서 움직이듯이 그녀의 일과 스케줄을 존중해줬다. 그녀 역시 놀러오는 아이들들 잘 보살펴주고 자기의 아이들에게 항상 양보하는 미덕을 가르치려 애썼다.

 

난 그녀가 사내아이들을 셋이나 키우면서 그렇게 피곤해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이 낮잠을 자면 나와서 잔디도 깎고 청소도 하고..그녀는 정말 많은 일을하면서도 짜증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네째는 딸을 낳고 싶다고 준비하고 있었다.

 

난 많이 반성을 했다.

난 한번도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 할 수있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난 항상 나만 힘들고 손해보는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난 둘째아이를 낳는 것도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힘들다고 아이에게 형제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르치지 못한다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을 즐기지 못하고 낭비해버린 느낌...

 

어느사이 난 많이 변해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인거야..예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하루하루 즐겁고 의미있게 보내자고. 그래도 제니보다는 내가 편한데 난 불만에 쌓여있다니...

 

난 둘째아이를 가졌고 지금은 둘째 아이가 두 돐을 지냈고 내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조카 아이도 우리 집에서 합께 생활하고 있고. 둘째 아이를 낳은 것은 너무나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우린 버지니아로 이사를 왔다.

 

가끔씩은 제니가 그립다. 언제라도 문을 열고 나서면 북적거리면서 아이들이 벌레도 잡고 땅도 파고 놀고 있어서 좋았는데. 우리 아이도 더불어 자연에 뭍혀 살았는데. 여기에선 함께할 친구가 없어서 서운하다. 그리고 이렇게 의기소침해진 가을날 히히거리면 웃음지워줄 이웃이 없는 것이 속상하다. 얼마나 많은 힘을 주었는지...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도 아이 넷을 정말 잘키우고 있는 제니.

부지런하면서도 남편이 귀가하면 밖에서도 남편에게 뜨거운 키스를 할줄아는 여자 제니..

그리고 건강을 가꿔 아이들과 언제라도 야구니 축구를 할 수있는 제니..

이웃을 배려하는 제니...

건강이 안좋은 시할머니를 데려다가 보살피는 제니(아이가 넷인데도)..

네명의 고만고만한 아이를 키우면서도 남편의 생일에 깜짝파티를 여는 제니...

일반인 마라톤에 참가해 온가족을 이끌고 뛰고 오는 제니..

 

내가 가정주부라는 불만스런 직업을 억지로 살아가는 동안에 그녀는 전문 생활설계인이 되어 그 역활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의 변화를 깨달을 수 있게 해준 그녀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때론 변화없는 일상에 처친 하루에 난 그녀가 내 이웃에 살았으면 상상해본다. 그러면 난 조금 용기를 얻고 하루를 당차게 살아갈 여유가 생기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