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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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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이벤트--바나나를 처음 먹던날


BY 파란하늘 2003-11-18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79년 여름!

장마때문인지 아님 태풍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비바람이 새차게 불면서 비가 온것 보면 아마도 태풍이지 싶은데

아무튼 비가 억세게 퍼부었다.

3년동안 중풍으로 누워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을 하늘도

슬퍼하기라도 하는듯...

시골집에서 장례를 치루야 하는데 비바람이 거세어 온동네 사람들이

엄청 고생을 하였다.

잎담배를 말리려고 마당가에 지어놓은 비닐하우스에 솥을 걸고 그곳에서

음식을 해야 했다.

어렵게 장례를 치루고 아버진 일년상을 사랑채에 차리셨다.

예전같으면 산소에서 삼년상을 모셔야 하는데 아버지가 효자가 못되어서

일년상밖에 못 모신다고 슬퍼하셨다.

아침저녁으로 밥상을 차려서 할아버지 상에 가져다 드리는것은 내 몫이 되었다.

엄만 음력 초하루와 보름엔 제사음식을 다해서 올리셨고

평소엔 그냥 우리가 먹는데로 올리셨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장례날 오시지 못한 서울에 사시던 외삼촌께서 찾아오셨다.

외삼촌은 사오신 노란색 무엇인가를 할아버지 상에 올려 놓고 술을 부으시며 절을했다.

난 그 노란 무엇이 정말 무엇인지 궁금했다.

오빠가 저건 원숭이가 먹는 바나나라고 했다.

그런데 엄만 귀한거니까 손대지 말라고 하셨다.

그날 저녁

할아버지 상 당번은 어김없이 나였다.

난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을 들고 할아버지 상이 잇는 방으로 갔다.

평소와 똑같이 잘 차려드리고 수저와 젓가락을 옮겨놓으며 할아버지께

내가 저 바나나를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그리곤 누가 볼새라 하나를 잡아당겨서 옷 앞자락에 감추어 나와서 밖에있는 재래식 화장실

로 갔다.

다른 가족들은 안방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난 냄세나는 화장실에서 바나나를 마구 입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그저 미끌거리는 느낌이랑 특유의 향이 달콤했다.

그리고 옷소매로 입을 잘 닦고 바나나껍질은 화장실 속에 던져 넣고

시침뚝떼고 저녁밥을 먹엇다.

속으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저녁상을 물리시고 엄마께서 나에게 이젠 할아버지 상에 바나나도 치우자고 하셨다.

그리곤 하나씩 떼어주는게 아닌가?

그리고 엄만 그러셨다

넌 아까 먹었지?

엄만 다 알고 계셨나 보다...

바나나를 떼어간 자리에 길다랗게 한줄 껍질이 달랑이고 잇었다.

이럴줄 알았음 조금만 참을걸....

동생을 꼬셔서 한입 빼앗아 먹으니 정말 꿀맛인것을 난 응가 냄새에 취해서....

지금은 흔한게 바나나인데

난 우리아이들이 바나나 사달라고 하면 항상 제일 큰 송이로 산다.

한자리에서 몇개씩 먹을 수 잇도록...

그땐 먹을게 정말 귀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