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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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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속에서 나비가 되기를 기다리던....


BY 꿈꾸는 바다 2003-11-15

      고치속에서 나비가 되기를 기다리던.... 꿈꾸는 바다 얘야, 날씨도 좋은데 우리 오늘 힘내어서 책정리나 해볼까? 책들이 내 손에,아이 손에 끌려 방바닥 위로 내려앉는다. 수명이 긴것은 3년 묵은 1학년 교과서 그다음은 2년 묵은 2학년 교과서 3학년 교과서에 참고서가 딸려 내려오고 문제지에 학습지에 학원 프린트물에 화일속에 정리해놓은 자료들... 노트들....스프링 연습장... 무시못할 양이다. 파지 모으로 다니는 할아버지 입이 방실해지겠구나 야야, 이게 너랑 3년동안 죽자고 붙어다닌 친구로구나 얘,여기 좀 누워봐라 발바닥과 맞추어 빨간 노끈으로 묶은 책들을 일렬로 놓으니 아이의 머리를 돌아 반대편으로 빙~~ 와~~많다. 책으로 둘러쌓여 얼굴을 비추는 햇살때문에 눈을 감고 누워있는 아이를 보며 나는 왜 초록의 애벌레와 나무끝에 메달려있는 고치와 나비가 생각났을까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위해 가늘고 고운 실들을 뽑아 고치로 제 몸을 감싸고 그 고독한 시간을 잘 다스리듯이 아이는 그 동안의 시간을 저를 둘러싼 책들과 많은 시간을 공유했으리라 새책을 받았을때의 그 깔깔하고 빳빳한 느낌을 제 손때를 묻혀 책장을 넘기고 제 체온을 실어 오색을 밑줄을 그으며 부드럽게 길들여 갔을테지 초록의 작고 여린 애벌레가 푸른들판을 기어다니며 이슬을 먹고 나뭇잎을 갉아먹으며 자유로운 세상을 만끽하며 자라다 길고 긴 시간 새로운 삶을 위하여 고치속에서 애벌레의 삶을 버리듯이 어린 유년의 자유분망한 즐거움을 접고 사춘기의 열병을 묻어두고 나비가 되기 위하여 부지런히 책속의 지식들을 꺼내어 자기만의 고치를 만들어 갔을 아이들 불투명한 미래의 세계를 향해 희망의 꼬리표를 달아놓고 고치속으로 들어간 아이들 부드러운 햇살에 반짝이는 머리카락 사이로 나비 한마리가 노랑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른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자신의 꿈을 향해... 두려움 없는 도전의 날개짓을 해 보인다. 10대의 막을 내리며 20대의 문을 밀고 있는 아이의 평화로운 얼굴에서 나비의 화려한 비상을 훔쳐본다 책들을 정리하며 잠시 해본 엄마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