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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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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에서의 행복


BY 억새풀 2003-11-11

   
  작가 :억새풀

울 똥정이 몇일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는듯 하다.

수능날 이른 새벽부터 선배들 응원하러 가야 한다며 찬 바람을 맞고 두 세시간 떨다  오더니만 그 날 이후로 몸이 무겁은게 기침도 한번씩 하드니만 열도 오르락 내리락 ......

 

그러다 말겠거니 하며 버티고 있었는데 오늘은 일요일이고 거기다가 날씨도 꾸질 꾸질하니이 몸도

찜질방 생각이 간절하더라.

그래 오늘 하루 종일 찜질방 가서 푹 지지다 오자.

울 똥정 학원 수업 마치고 오는 시간에 마춰 핸 폰으로 사랑의 메세지를 날린다.

한시 넘어서

똥정!엄마하고 찜질방 가자 빨리 온나♥

쬐끔 있으니 뻐꾸기 울어 댄다

"부엉 부엉"요건 내 메세지 울리는 신호다.

응 엄마  내 지금 간다ㅋㅋㅋ.

 

울 신랑은 일 좀 보고 저녁 때쯤 온단다.

일단은 거기에서 한 나절을 죽도록 게기고 있을라 하니 이것 저것 챙기기 바쁘다.

보온병에 얼음 가득 넣고 목욕 가방 챙기고 나가는 길에 마트 앞에 내려

저 먹고 싶은 군것질 거리 몇개 담으니 이건 아예 어디 놀러 가는 폼이 따로 없다.

부시시한 얼굴 꼬라지만 빼면 히히히ㅣ.

 

생각보다 사람은 많이 없었고 지은지 얼마 안돼는 신축 건물이라 내부 시설도 삐까 뻔쩍 휘앙찬란 눈알이 뱅뱅도네.

바닥도 매끌 매끌하니 온통 옥 천지 세상이네.

머리 꼭대기는 파란 하늘에 흰 뭉게 구름도 떠 다니네.

근데 가만 자세히 보니 고건 나 같은 덜 떨어진 아지매들 눈 속임 할라꼬 짜가로 덮어 났다네.

두 모녀 그 웅장한 기세에 기 죽으며 두 손 꼭 잡고 살금 살금 걸어 가는디

옆에 살며시 들고온 시커먼 봉지가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하네.

<음식물 반입 금지>

여기 저기 눈치 살피고 있는디 가만 보니 다른 사람들도  한 쪽 구석에서 맛나게 먹고 있드라.

지나가는 아줌마 붙잡고 " 여기는 음식 가지고 가서 먹어도 괜찮아요".하고  물어보니

아직은 첨 이라 손님 끌려고 봐 주는것 같더라 한다.

이에 나도 걍 눈 딱 감고 용감 무식하게 진입에 성공하여 얼굴에 통쾌한 웃음 한번 짓고.

울 똥정 과의 잡은  손에 힘껏 힘 함 주고 오늘의 하루 일과를 워찌 재미나게 스트레쓰 한 방에풀고 갈것인가 무언의 대화를 한다.

 

일단은 울 보금자리를 잡고 각 방 시찰에 들어 간다

맥반석방 .소금방. 보석방. 황토 숯방 .요 명찰이 다 맞는지 잘 모르겄네.

근디 이 방에는 하나같이 바닥을 멍석으로 쫙 깔아 났드라.

어떤 방에는 황토벽에다가 말린 육모초 같은 것을 엮어다 걸어 놓고.숯도 여기 저기 메달아 놓고.....하여튼 딱 우리 네 시골 집 분위기 그대로 였다.

 

까칠 까칠하면서도 손 때가 묻어 반질 반질한   그 멍석.                          

옛날 우리 시골 마당에 깔아 놓고 가을이면 거기다 벼도 말리고 고추도 말리고 하는 그 멍석난 그것에다 코를 갖다 대고 고향의 냄세를 맡고 있었다.

우메! 옛날 어릴적 고향 울 집 마당 생각에 한참 동안 맘이 편안하고 부자가 되었다네.

 

또 다른 방에 들어 가 보니 여기는 어느 부자집 안방인가!

온 사방에  알록달록한 보석?들이 정말로 빡빡하게 박혀 있는것이었다.

아무도 없음 조기 쪼매하고 이쁜거 하나 콱 빼번졌을낀데 이히히히히.

아니 손 아구 힘이 없으니 빼   가지고가라 해도 못 빼 가겠네.

 

그래도 쪼깨 누워 있으니 이 몸에도 신기하게 땀이 송글 송글 맺히는게 날씬한 팔 뚝위로 쪼르륵 흘러 내리는 에구! 이쁜 내 방울 방울 !!!!

누가 더 땀 많이 나나 내기하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

남여 노소 할것 없이 똑 같은 색깔 옷 입고

허연 다리. 순 토종 무시 다리. 털 숭숭한 징그런 다리 하고도 벌러덩 누워 뒹구는 모습들 참 세상은 웃기는 기다.

 

"근데 엄마! 엄마는 목욕탕 사우나에는 일분도 못 있으면서 찜질방에는 어떻게 들어 앉아 있노?"

"글쎄 말이다 나도 모리겠다. 니가 함 연구 해봐라.

찜질방과 사우나의 묘한 관계에 대하여....."

 

차례대로 여기 한번 저기 한번 그러다 또 얼음굴에 한번 또 갈증나믄  입에 한 웅큼 얼음넣고

여기 저기 종횡무진하니 어느듯 시간은 일곱시가 다 되 간다.

"똥정 아빠 한테 올때 햄버거 좀 사 오라 해라. 아이스크림도"

"알았다"

"근디 똥정! 엄마는 어째 햄버거 치킨 햄 꼬치구이......이런 아들 좋아하는것만 좋아하노 그치?어른이 말이다.에구......니 하고도 맨날 장난치고 내가 니 엄마 맞나?

인제부터는 엄마도 엄마의 품위를 지켜야 겠다.

교양있게 또한 근엄하게.

이런 공공 시설에서 무식하게 스리 음식도 안 먹을끼다. " 

 

"오호ㅗㅗ호ㅗ 엄마 !난 이런 엄마가 젤 좋다 .이게 엄마다운 거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처럼 진짜 아줌마답게 그렇게 하면 안 어울린다.알았제?그냥 이 모습이 진짜로 젤 좋다.알았나 이 엄마야!"

 

"진짜가? 아이구 아이구 !오늘 부터 엄마의 품위를 찾을려고 했드니만 또 울 똥정아에게 꼬시키서 에라  모르겠다.

엄마도 기냥 요렇게 니캉 내캉 재미나게 친구처럼 지내자. 그래 하든대로 해야지 그치?"

 

나중에 울 신랑 사온 햄벅 콜라에 같이 먹으니 또한 장소가 장소인데다 그 맛이 환상  그 자체....

울 똥정 먹는 햄벅도 한 입 더 뺏어    먹고......

"아이그!엄마야

또 많이 먹어서 채해지는 말어라이......하여간 엄마는 안 먹어도 탈 많이 먹어도 탈 참 못 말린다 못 말려........"

"그래 그래 니 잘 났데이 으이그!!!!"

 

오랫만에 찜질방에서의 그녀와 나의 수다에 감히 울 신랑은 근접도 못하는 불쌍한 신세.

그렇치만 우리 둘을 바라보는 그이의 따뜻한 미소를 읽을수 있었기에

 그 날 하루 그녀와 난 마냥 행복하였다.

울 똥정도 좋았겠지?

안 그러기만 해 봐라  그냥 콱 꿀 밤 한대 줏뿔끼다 .

에구! 에구! 엄마의 품위 지키기는 왜 이리 힘드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