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컴퓨터방 머리맡에 걸려있는 아주 오래된
흑백사진 하나
늘 바라보고 있지만 요즘에 더 특별나게 여겨지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이야기일까요?
벌써 35년전에 있었던 일이니 꽤 오래되었네요
제가 5살때 크리스마스라고 기억합니다.
첫딸이어서인지 유난히 이뻐하셨고 사랑을 많이 베풀어주셨던 부모님의
적극적인 이벤트에 항상 즐거워하곤 했었는데
그날의 이벤트는 참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에 유행했던 가짜(인조) 밍크코트를 입고
미장원에 까지 가서 엄마와 고대를 하고
이뿌게 단장하고 나선곳이 바로 사진관~
사진을 워낙 좋아하셨던 두분의 추억남기기에 나선것이었지요.
아마도 크리스마스라고 그랬던것 같습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스튜디오 촬영쯤이라고 하면 될겁니다.
사진관의 사진에 익숙해있던 저는 또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당시만 하더라도 카메라의 기능이 발달하지못해
화약같은 약을 팡팡 터뜨려서 사진을 찍곤했었거든요.
아시는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실겁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사진관 아저씨가 바뿌게 이리저리 오가며 움직이고 저를 주시하면서
자꾸 웃으라고 하시더군요
시선을 화약쪽에서 돌리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셨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작은 가슴을 졸라메고 두근두근
겁이 자꾸 났습니다 언젠가는 터질것이지만 언제 터질지 몰라 더 무서웠습니다.
제표정이 상상이 될만큼 초긴장상태였었지요
아주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동안 "팡팡"하고 터지고 말았습니다.
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가슴이 철렁내려앉았고 안도의 한숨을 내리쉬면서 큰숙제가 끝난느낌으로
엄마를 꼭 안았습니다.
그사진이 바로 방에 걸어둔 흑백사진
그때의 "팡팡"의 위력이 느껴지듯 우는표정이 역력하더군요.
지금같으면 다시 촬영하기도 하고 수정도 할수 있었을텐데 그땐
그런 기술이 약했나봅니다.
하지만 다시 찍을수도 없고 되돌아갈수도 없는 제게는 가장 소중한
사진이고 옛추억을 읽을수 있는 나만의 왕년이야기였습니다.
우리 쌍둥이 찬이송이에게도 왕년의 추억을 심어주려고
이벤트를 자주 열어주는데 이럴날이 올테지요.
아이디:yuk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