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겨울이 코앞이라고 해야지요. 그런데 지난 주에 다녀간 인디언 섬머덕에 우리 가족은 즐거운 착각에 빠져 한 주간을 보냈지요. 싸두었던 여름 옷을 입고도 더워 에어콘을 켜고. 남편의 휴가 계획과 맞아 떨어져 하루 바닷가도 다녀 왔지요. 마치 한여름 밤에 꿈을 꾸듯이 인디언 섬머를 즐겼지요.
가을을 준비하고 보내는 일상으로 바쁘면서도 허전한 하루하루 였는데.. 낙엽을 쓸어내고, 늙은 호박 장식도 하나씩 정리해서 버리고 이제는 곧 겨울이 다가올 것처럼 서리도 내렸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습격쳐럼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가을을 보낼 준비도 안되어 있고 겨울을 맞이하기에는 너무나 우울했었는데... 제 마음을 읽기나 한듯 신께서 몇일간의 여름을 선물 한것입니다. 오랜시간 운전하면서도 우울했지요.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서 가을탓이라고만 했었거든요. 제 변명도 통하지 않을 인디언 섬머가 찾아왔습니다.
아이들과 수영복을 챙겨 새벽부터 운전하고 바다를 찾았읍니다. 분명히 올해로는 마지막 바다여행이기에. 물에 살짜기 발만 담그려던 계획과는 달리 아이들은 온통 젖어버리고 게를 잡는다고 뛰어다니고 남편은 그물을 서툰 몸짖과 함께 던지고.. 결국에는 온통 모래투성이의 옷과 몇마리리 작은 게가 하루의 소득이었지만 모두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늦가을의 여름볕이었는지...
살아가는 일도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너무나 힘겨워 앞도 옆도 돌아볼 수 없을때 갑작스레 찾아드는 해답들..
우린 너무 골몰한 나머지 인생에는 항상 변수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계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잠시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나를 보라고 일러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길은 아직도 멀고 오늘 하루도 너무나 많은 변수가 내게 주어져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너무 아까운 하루가 버려지기에.. 우리의 눈 높이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인디언 섬머 덕분에 가을을 미련없이 털어버리고 이제는 빈 손이지만 담담히 겨울을 줍비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