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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섮섭하여


BY 얼음꽃 2003-11-09

신문 광고에 여성홀몬을 더 나오게 해준다는 인삼제품이 나왔다는 것을 보았다. 전에 없이 눈이 번쩍 뜨인다. 12만원이나 하는 값인데도 이리 저리 전화를 해서 알아보았다. 어떻게 해서 여성 홀몬을 더 나오게 해준다는 걸까?

 

지난 달까지만해도 정상적이던 생리가 이달 들어 뚝 끊겼다. 나이가 되었으니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올 줄 짐작을 하고 조금 두려운 마음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갑작스레 끊길 줄은 몰랐다. 지난 번에는 병원에가서 어떻게 여성 홀몬제를 먹어보려고 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해도 생리가 끊긴 상태가 아니라니까 그냥 가라고 했었다.

 

생리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 가까운 약국에 가서 물어보았다. 여성 홀몬이 안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는 증상이 있다고 이미 아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그래도 먹어보라면서 그런 증상이 경감된다는 약을 하루에 두알씩 먹으라고 한다. 

 

처음에 그걸 받아오면서는 갱년기 증상은 아직 없고 약이 비싸니까 하루에 한 알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처음 몇일간을 하루에 한 알씩만 먹다가 이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피부가 점차 나무 등걸처럼 딱딱한 주름이 생기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름이야 이미 10년전부터 있는 것이니 그렇다치고 여성 홀몬이 안 나오면 갑자기 늙는다는 말이 나를 더 두렵게 한다.

 

그렇다고 이제는 병원에 갈 용기도 없다. 인공적인 여성 홀몬제를 먹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약사가 했기 때문이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 남성 홀몬이 많이 나오고 남자는 여성 홀몬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때부터 '이제 내가 남자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문득 남들은 50이 넘어도 생리를 하더구만 나는 왜 벌써 그것이 끊긴 것일까 하는 억울한 생각도 든다. 젊었을때도 여자답거나 예쁜 모습은 천만 아니었지만 한평생 여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다가 갑자기 생식기능이 없어지고 피부는 남성화되고 노쇠해진다고 하니 그 허전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평소에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고 안달을 하던 내가 12만원짜리 제품을 장복해볼까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그 때문이다. 불노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의 심정이 이랬을까?

정력에 좋다면 뭐라도 다 먹는 남자들의 심리가 지금 나와 같을런지도 모른다. 

 

나보다 세 살이 많은   부인에게 아직 생리가 나오냐고 물었더니 아직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부러워졌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다시 생리를 할 수 없을까? 12만원하는 그 인삼제품을 먹으면 할 수 있을까?

 

세상에 귀찮아 하던 생리이고 생리 때문에 수영장을 갈 수 없으니 생리만 끝나면 수영장을 다니리라던 계획도 다 잊어버렸다.

 

생리 ...정말로 헤어지기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