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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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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시는 날에


BY 비요일 2003-11-08

비가 오신다

하늘이 잔뜩 내려앉은걸 보니 많이 오시려나보다

계절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비가 오신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겨울이겠지

이 비가 그치기 전에 마지막 가을을 보러 갈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가 오시면....

작고 노란 우산을 받쳐들고 대문을 나서던 딸들이 생각나고,

대낮부터 술생각이 난다던 친구가 떠오르고,

어느날부터 비를 기다리던 그 사람이 생각나고,

내리는 빗속에서 물건을 팔던 내가 그려지고,

빗방울에 춤을 추던 파도가득한 바다가 생각나고...

생각나고 그리운것들이 하염없이 밀려오는게

이렇게 비 오시는 날인가 보다

아직은 나뭇가지에 푸르기만 한 이파리들이

이 비에 힘없이 떨어져버릴것 같다

출근길 우산을 받쳐들고 가다보면

내 우산위로 그 이파리들이 톡 ! 톡!

떨어져내릴것 같다

바스락거리며 나뒹굴던 낙엽도 제 소리를

다 잃어가겠지

이 비가 그치고, 빗방울이 마를때까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가슴에서 듣지 않아도 되겠지

살아있음이 참 감사한데도

왜 이리 비만 오면 슬프고 그립고 아픈것일까

따뜻한 방바닥에 엎드리고서 보들보들한

내 딸아이들의 살결을 만지고 싶다

어느날부터인가 자꾸만 자꾸만 보고싶고 만지고 싶다

오늘도 노란 우산을 받쳐들고 대문을 벌써 들어섰겠지

비를 기다리던 그 남자는 아마도 피곤에 지쳐 자고 있겠지

술이 고프다던 친구는 어쩌면 옆집여자와 술을 먹고 있겠지

허허로운 마음에 아는 이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에허라.....

답장도 없다....

우째 이리 슬프게 하는 일들이 많은 것일까

쓴웃음이 피어난다

그래도...

그래도 좋기는 하다

내 님이 기다리시던 비가 오시니 말이다

늦은 출근길에 비오는 거리를 보며 함뿍 가슴을 적셔보련다

오늘은 흐르는 시간이 너무나 아쉽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얼마동안만 굳어있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

내일도 이처럼 비가 오시면

내 님이랑 길을 떠날수 있으면 좋겠다

까만밤에 퇴근할때는 아마도 많이 추워지겠지

따뜻하게 입고 따뜻하게 커피로 맘을 데워서

비내리는 대지에 따뜻한 눈길을 주고 싶다

오늘이 있음이,

비가 오시는 오늘이 있음이,

두손모아 감사할 일임을 가슴에 새긴다

사랑땜에 아프고 그리운 모든 것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보낸다

이렇게 오늘도 천천히 가고 있음이다

내가 부산해져야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음이다

비가....

오시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