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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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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에 속절없이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


BY 아침이슬 2003-11-08

타다닥, 타다닥
쉴새없이 빗줄기를 쏟아붓는
오늘은
가로수 샛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가을의 마지막 날이련가?...
유리창 밖으로 내눈안에 들어오는 낙엽이 보도블럭을 노랗게 덮어 버렸다...
이미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버린 나무는 내 위에 겨울이 앉아 있노라고 말을 하는듯 하고...
귀에 들려오는 빗소리가,
눈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어찌하여 이렇게 심란하게 마음을 뒤 흔들어 놓는것일까?...

김이 뽀얗게 서린 유리창에 짤막한 검지손가락으로 "가을이 가는구나"라고 써보았다....
이유없는 외로움으로 보내는 가을은 늘상 아쉬움이 가득한 계절로 마음한구석에 남아 버린다.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느낌은 더더욱 나이가 들어감을 반증하는듯한 느낌이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일년이 눈깜짝할 새에 가버렸다고 한다면
나자신 무지 나이듦을 의식하면서 사는 것인가?

"가을이 가는구나" 고옆에....내얼굴을 갖다 대어 콕 찍어 보고

"속절없는 비가 가을을 밀어내는구나"하고 또 써보았다..
여전히 은행나무는 빗줄기에 이파리를 슬슬흘려 내려보내고 있다...
이제 네게 남은것은 나를 지탱할수 있게 밑거름이 되는 일밖에 없음을 각인 시키기라도 하듯이
너무나도 여유롭게 그렇게 떨구어 내리고 있다..
자연의 섭리가 눈안으로 쏘옥 들어오는 광경이다..

가을은 한발두발 빗소리에 밀려나고 있는데
아직도 내마음은 가을안에 꼭꼭 갇혀버렸다..
단풍보러 산에도 올라가보지 못하였고,단풍줏으러 공원에도 가보지 못하였는데...
야속하게도 비를 따라 와버린 겨울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가을은 바보"라고 또 김서린 유리창에 그려넣어 보았다..
혼자서 주절주절 거리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금보내기엔 너무나 아쉬운 가을...
일요일에 가을 구경을 한번만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속절없는 비가 그 바램마저도 날려 버렸다...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맞다.맞다"
나 어릴때 지금 이맘때쯤이면 하얀 눈빨이 슬슬 휘날리던 때였다..
음력으로 오늘...바로 친정 묘삿날이다..
묘사 준비에 틈도 없이 바빴던 엄마가 그래도 잊지 않고 우리에게 했던말이 있다..
"학교 끝나고 일찍 오거래이"무슨 뜻인지 아는 우린 설레는 마음으로 우렁차게 대답을 던지곤 학교로 냅다 뛰어간다..
하루 종일 그놈의 공부는 뒷전이고 노란 시루떡이며, 절편이며,인절미가 피창 순대에 범벅이 되어 있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군침을 삼키고 또 삼켰었다..
집에 달려오기가 무섭게 책보따리 청에 휙 던져버리고 어린 동생을 낑낑거리며 등에 들쳐 업는다..
허리에 맨 보따리를 입으로 물어 벌리면 한모가치 두모가치 하며 떡이며 전을 쏟아 부어 준다..
사람머리 하나에 한모가치씩이나 등에 업힌 어린동생도 한모가치 제몫을 당당히 받아 오는 것이다..

그랬다 그땐 지금이 초겨울이 었다..
근데 지금의 나는 왜 겨울을 달고 온 오늘비를 이리도 탓하고 있는 것인가??
속절없는 놈이라 몰아 부치고 있는건가 말이다..
내맘속에 담아둔 가을을 한번도 꺼내보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큰 때문이리...
"오늘이 가을날의 마지막이구나"김서린 유리창이 가을로 가득찼다...
난 다시 "가을아 가거라"하고 써넣어 보련다...
훌훌 떠나거라 가을아 내 아쉬움도 함께 ....
빗소리에 가을소리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