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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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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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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해방감.


BY 도영 2003-11-07

수능 치러 가는 작은 아는 수능 치기 전날  저녁 9시부터 텔텔 잘도 자는데

본인도 아니고 에미인 나는 그녀석 옆에서 꼴딱 밤을 새웠다.

이리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다  근원지를 모르는 곳에서   새벽닭 소리에

일어나 작은 아의 도시락을 쌌다.

나름대로 정성을 쏟는다고 돈가스에 찌짐에 떡 갈비며 사과에 콜라에

문제 푼다고 에너지 딸릴까봐 초코렛을 넣고

보온병 두개에 된장국과 뜨거운 콩물을 넣으니 가방이 땡땡하니 한짐이다.

아들은 기가찬듯'"지금 내가 잔치하러가나..몆개 빼요!"톡 쏘아부쳤지만

뺄게 있어야 빼제  밥은 필수요

반찬과 국은 당근이고

콩물은 혹 추우면 마셔야하고

사과는 정신 몽롱할때 한입 베 물어야 하고

초코렛은 근기 딸리면 먹어햐하고

콜라는 혹 소화 안되면 트림 나오라고 산건데 용도가 다 있거늘

뺄게 있어야 빼지 우격 다짐으로 차에 싣고 배치받은 학교 정문에서

아를 내려주며 눈물이 핑 도는걸 눈을 깜빡이고 차를 돌렸다.

 

마지막  시험 시간 마춰서 교문앞에 가니  이미 한발 빠른 학부모들이 초초하게

 혹 내아들이 저 언덕위에서 내려 오는건 아닐까

목을 길게빼고  기다리는 모습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만 볼수있는

진풍경이 아니겠나.

교문앞에서 차단 시키는 젊은 경찰관들이 수백명의 부모님들한테.

""오늘같은 날은 지들끼리 놀게 냅두시지 왜 기다리세요.마..집에들 가세요.""

밉지않은 경찰관에 말 한마디에""아저씨 아도 훗날  고3 되면 그럴걸요.""

누군가 희미한 어둠속에서 한마디 던지니 약속이나 한듯 와..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제2외국어 시험까지 마친 아이들이   경사진 언덕 위에서 하나둘 나타나고

어둠이 내린 학교 정문은 학부모들의 내자식 찾기에 눈들이 반짝반짝 거렸다

찾는 아이가 내려오니 어느 중년의 아버지는

""아들아...애썻다..수고했어 ..""하며  자기보다  목하나는 더 큰 아들을 품에 안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 거리고 찌릿찌릿 전율이 오는것을  옆 솔가지를 뜯으며 외면 해 버렸다.

아침에 폭탄 머리를 만들고갓던 아들이 폭탄 스타일 그대로

알록달록  늦가을 빛이 역력한 가을 나무 사이 언덕길을 내려 오고 있었다

나는 쫓아 올라가 아들의 팔짱을 끼고 내려오는데 왜이리 눈물이 나는지..

수능은 끝났고

점수가 지실력대로 나오든 덜 나오든  더나오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 졌고

점수에 마추어 대학에 들어가면 되고

우리 모자는 어제부터  2시간 더 자고 7시에 일어나니 얼마나 좋은지 ..

푸르죽죽했던 아들과 나의 피부가 오랫만에 생기가 돋아 ..

쌀뜻물처럼 뽀얀걸 보니 수능이 족쇄는 족쐐는 였나 부다.

꽃잎 같은 아이들이 가을 낙엽처럼 추락해 세상을 등졌다는 뉴스보도에

""아들..넌 그러지말어,,대학 못가면 대학 안가도 되니  다른길도 있으니 그러지말기다 ""

노파심에 에미가 한마디 하니 아들은 목까지 떨어가며 김경호 노래를 불러 제낀다.

내일은자동차 학원에 등록도 시키고

교복 속에 묻혀 청소년시절을 보낸 아들에게 옷을 사줄 참이다.

그리고 그동안  중단한 합기도 3단도 따야하고

아.근데 마음이 푸근하니 행복하다..

해방감에  젖어보는 오늘 아침에 행복한 마음으로 글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