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을 내려 놓고 종일 나와 함께 했던 모니터의 전원을 내린다.
1.2시력을 0.8로 내려 놓고 하지만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나의 일터~
서른살 노처녀(?) 후배가 다가 오더니 두팔을 벌려 포근히 안기며 하는말
안녕히 계세요 제 결혼식때 오실거죠?
꼬옥~
결혼 하는구나 ~그럼 가야지 가고 말고 그런데 퇴사하니?
네~
요즘 출근하고 나면 빈자리가 하나씩 둘씩 늘어만 간다
돈이되면서 몸이 고되면 그나마 자리를 지킬 터인데 그도 저도 아니니 빈자리만...
직장에서 단체 종함 건강 검진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그사이 몸이 너무나 나빠져 있었다.
신경을 쓰며 가슴 졸이며 지내왔던 시간들이 육체적으로 적신호를 보내게 되었나 보다
개인별 통지라 밀봉하여 본인 책상에 올려져 있었는데
열어보니 예상한 그대로 엉망이다.
시력부터 시작하여 여기 저기
크~~~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종일 사무실 출근하여 앉으면 움직임 없이 그대로 전자파 팍팍 쪼여가며 모니터 앞에서
얼굴이 퉁퉁 붓도록 그리 앉아만 있으니 ...
거울에 드리워진 얼굴을 보니 가관이다.
출근길 반듯한 모양은 다 어디가고 퇴근길 눈앞에 보여지는 모습은
남인듯 싶게 지치고 힘든 누군가 찾아와 낯설게 자리한다.
휴~~
다가와 인사를 하던 후배가 자기 자리에 앉아 사직서를 쓰고 있었다.
사유!
결혼!
부럽기도 하여라
뭔가 탈출구가 있다는 그것이 부러웠다.
결혼이 결코 부러운 상황이 아니라 휴식이 필요한 나이기에~~
지난주 딸아이에게 엄마가 직장 그만두고 좀 쉬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했더니
그럼 뭘 먹고 살아 엄마~~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딸아이
그간 열심히 앞만보고 살아오면서 흔들림 없는 엄마의 행동거지에 마음을 놓고 살았나보다
그런데 불쑥 건네어본 한마디에
딸아이 반응은 즉각적으로 걱정부터 튀어 나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몸과 마음은 지쳐만간다.
그러나 세상 공짜 없다는데 분명 어려움 뒤에는 기쁨도 찾아 오리라 막연한
기다림도 가져본다.
그동안 이웃에 살며 1년을 훨넘게 함께 출퇴근 했던 한살 아래, 그러나
늘 예의가 깍듯하여 언니~ 언니~~곰살스레 따르던 후배도 이번주 그만둔단다.
너무도 힘들어하는 업무에 남편이 제발 쉬라는 아우성하며 본인도 그동안 떨어진 체력에
한계를 느꼈다 한다.
이 쓸쓸한 가을 ~ 그리고 다가올 겨울
하나 둘 제 갈길을 찾아 떠나고
덩그마니 남은 자신이 슬픈 그림이 되어보인다.
그래도 그럴지언정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하겠지?
힘들때 마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지금 어둠이면 그저 기차가 터널을 잠시 지나는 중이고 곧 그 어둠은 지나쳐 갈거라고
그리하여 마침내 희망역에 환한 웃음으로 도착하리라~~
칙칙 폭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