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언가를 쓰고 싶어진다
가을인가 보다...
오랫동안 잠구어 놓았던 머리 저 편 끝을 열어젖히고
무언가를 생각해내며 한자두자 밭을 일구듯 줄을 메꾸고 칸을 채워간다.
옆에는 오랜만에 손수 끓인 녹차 한 잔이 그나마 분위기에 공감하듯
모락모락 김을 피우고 있다.
그래 !
우리는 항상 누군가와의 대화는 즐기면서, 하고 싶어하면서,
혹은 하여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자신과의 대화는
멀리멀리 밀어낸지 오래인 것 같다.
뇌리한 쪽 깊숙이 숨겨진 어딘가에 자신의 본연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 모습은 너무도 순수한 가을빛 짙은 단풍잎의 색조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의 퇴색하고 조금은 빛바랜 모습을 질책하곤 한다.
과연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
간혹 혼란스러울때가 있는 즈음,
제법 부피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의 두툼한 낙엽을 밟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보자
입속으로 노래소리를 아주 조그맣게 흥얼거리며
그러한 한자락의 여유를 가슴 한 켠에 간직한 채
나는 오늘 어딘가에 숨겨진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