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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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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특이 체질이야!


BY 소심 2003-10-18

 

저녁식사를 금방 마치고 잠깐 외출을 한 남편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남편의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얼마전 남편과 함께 저녁 산책길에 우리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공설운동장옆의 인라인 스케이트장에 간적이 있었다.

밤 불빛아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라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모습도 행복해 보였고, 나이든 아줌마의 도전적인 모습에

감탄사가 일었다.

쌩쌩 규칙을 지켜가면서 달려가는 여러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넘 보기 좋았다.

두달 연습했다는 중년 아저씨의 어눌한 포즈 또한  아름답게 여겨 졌다.

몇명씩 무리지어 가속도를 가하여 스케이팅을 즐기는 젊은 동호인들의 멋진 모습에

그이와 난 넋을 잃고 칭찬이 절로 나왔었다.

 

"와 참 보기 좋다."

"테니스 보다 또 다른 멋이 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그런  대화 나누면서 인라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감상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새 우리 남편 호기심이 발동을 했나보다.

한의원에서 치료가 끝난 시각과 주말 남편의 퇴근시간이 일치하기도 해서 집에 가기전

양복이나 한벌 보러가자고 전화 했더니 딴때 같으면 비싸서 안산다.

아직 안사도 된다. 딴청 부릴 남편이 고맙다고 선뜻 승낙을 해준다.

남편의 사무실앞에서 만난 다른 직원들의 옷차림의 색깔들은 짙은 동복색깔들이었다.

옅은 색깔의 춘추복을 입은 사람은 우리 남편뿐이었음을  난 오늘 에서야 느낄 수가

있었다.

센스없고 부족한 아내인 것같기도 하고 남편에게 미안함 마음도 들어져셔

갑자기 말했지만 양복사자는 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면서도 자기 속내를 털어 놓지 않고서

며칠전 부터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고 퇴근길에 자꾸 춥다고 읊었던 남편의 속깊음이 느껴져

괜스리 불쌍한 마음이 들어졌다.

그이의 마음에 딱드는 디자인으로 한벌 고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의 차방향이

집으로 향함이 아니다.

궁금해 하는 나를 인라인 대리점 앞에다 대령시켜다 놓는다.

대리점에서 요모조모 열심히 고르더니 드디어  한켤레의 신발이 결정이 났다.

검은 스포츠 가방에 담겨지는 무릎보호대며 인라인과 남편과 나의 늙수구레한 

모습을 비교하니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남편의 새롭고 기발한 도전이 아니던가?

옛날에 마라톤선수이기도 하고 스케이팅을 꽤나 즐겼던 사람이었고 현재도 운동신경이

다른 사람보다는 믿을 만하기에 급거 만류하지 않고 그이의 의견을 따라 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 늙은 부부들 ...

세차도 할겸 겸사 겸사 외출하기로 하고 차에 올랐더니 어느새 남편의 차에 실려있던 인라인이 나의 차로 실려 와있었다.

공설 운동장에서...

처음인데  속도는  별로 없었지만 두시간여 정도를 초보 스케이팅 치고는 넘어지지 않고

잘 타주면서 즐거워 하는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재미 있었는데.

오늘 처음이니 너무 무리 하지 말자고 떼쓰가며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낮에 사둔 양복수선 된 것 찾으로 간 양반이 아 글쎄... 또 운동장에 잠시 들렀다 온다고

전화를 해대니...

늙어도 그리 좋을까?

자기 좋아하는 것 하니 그리도 하고 싶고 재미있나 보다 여겨지니 절로 웃음이 난다.

지천명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해주는 남편의 활력이 즐겁고.

새로운 도전에 재미있어 하는 남편의 좋아함이 또한 보기좋아 즐거운 저녁이다.

남보다 호기심 강한 남편이어서

항상 특이체질이라고 놀려대는 나의 놀림에 걸맞게 중년의 나이 에도 울 남편 나에게

또 다른 웃음거리를 만들어 주어서 특이체질임을 실감하도록 만들어 준다.

그래도 가만 생각해 보건데

나이 들어가면서도 일상에서의 또다름을 선택해주는 남편의 활력이 고맙고  대견스럽고

보기 좋아짐은 이십년을 넘게 살아온 그사람의 아내여서 일까?

오늘 이리 저리 남편을 위해 투자한 금액도 크지만 그래도 즐거운 날이다.

남편이 즐기는 테니스도 열심히!

새로이 선택한 인라인도 열심히!

그로인해 나도 덩달아 걷기운동 열심히!

남편의 저하된 기분 올려준 오늘 나의 기분도 상승되고 돈뿌리고도

그래저래 특이체질의 아내임이 행복한 하루 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