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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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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 오늘은 내 세상.


BY 짱아찌 2003-10-18

오늘은 제목 그대로 내 세상이다.

뭐 그렇다고 내 생일은 아니고 결혼기념일은 며칠 더 있어야하고 개인적으로 경사가 있는 날은 더더욱 아니고 ......그럼 뭘까?

바로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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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신랑 1박2일 야유회 가는 날이다.

푸하하하...

너무 속 보였나보다.

얼마전 테니스 동호회에서 1박2일 야유회 간다고 했을때 난  엄청 좋아했다.

물론 속으로만이고 겉으로는 표정관리에 들어가느라 순발력을 발휘해야 했지만.

예전에는 남편의 출퇴근하는 일과에 내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 사무실안에서 24시간을 같이 하고 있으니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란 정말 어렵다.

호시탐탐 기회만 있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나에게 이건 웬 횡제?

완전한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 사무실 핑계를 대며 아이도 함께 데려 가게 해야지 하는 계획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뭐 어때?

이게 얼마만에 누려보는 자유인가.....

하루 세끼 꼬박꼬박 하지 말고 끼니마다 배달시켜 먹어야지.

매일하는 청소며 빨래, 그까짓 하루쯤 건너뛰어 버려야지.

 아이는 하루종일 친구와 들락날락 할테니 지들 마음대로 하라 하고 신경끄고 있어야지.

커피잔을  들때마다  타박주는 사람이 없으니 밥대신 커피로 때워도 누가 뭐라하겠어.

우하하하 정말 내세상이다.

아컴앞에서 낄낄대도 핀잔주는 이 없으니 오늘만큼은 댓글도 실컷 달아봐야지.

그동안 못했던 이바구도 손가락에 경련 날때까지 두들겨서 다 풀어내야지.

밤늦게 이 채널 저 채널 영화를 섭렵하고 다녀도 눈치 주는 이 없으니  오랫만에 눈즐김도 실컷해야지.

에고 에고 해야할게 너무 많다.

아이까지 데려 갔더라면 넘 좋아하는 찜질방에서 느긋하게 외박의 즐거움(?)도 만끽할수도 있었을텐데....

누가 이런 내 마음속 기쁨을 알아 줄까.

그런데도 울 신랑 혼자만 좋은데 가는게 미안한지 어제 저녁 외식을 갔다.

좋은 속내 싹 감추고  약간은 삐친 표정으로 관대한척 인심을 썼다.

"남자는 모르긴 몰라도 인간관계가 좋아야 하는겨~~, 짠돌이짓 하느라 회비 아끼지 말고

팍팍 쓰고,  또 자기는 열번 잘하다가 술김에 망하는 체질이니까 술은 조금만 먹고....." 

한번 더 잔머리 굴러가는 소리.....

" 자기는 주말에 좋은데 갔다 오니까 난 월요일에 휴가갈거야. 공평해야 하니까 찜질방에서 외박도 할거고, 알았져?"

아싸~~~

기회가 챤스였다.

확실하게 나중의 보상을 챙겨놓아야  필요할때 써 먹을수 있지.

"그래 그래 아예 가정을 포기해라 포기해.....'

울 신랑 다른때 같으면 펄쩍 뛰었을 텐데 말 꼬리를 흐리며 아무 말 못한다.

ㅎㅎㅎ 나의 승리!

오늘 아침 울 신랑, 여우같은 마누라의 바이바이를 받으며 마침내 떠나갔다.

하룻밤 남편의 부재를 즐거워 하는 여자.

그렇다고 제가 어디에 이상이 있는것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