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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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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아도 행복했던 순간..


BY 우산 2003-10-18

초등학교 때 일입니다.  여름장마비가 시골땅을 움푹페이도록

내리다가도 변덕을 부리는지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수를 놓아가던

어느 날, 여의치 않았던 때였기에 비가 오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찢어지지 않은 우산을 가져가려고 싸울일도 없었습니다.

살이 부러지거나... 몇년을 사용한 결과  찢어진 틈으로 머리를

적시는 일이 어색하지만은 않은 그런 우산뿐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여름 날 아침햇살은 우리집엔 경사나 다름없었습니다.

발걸음엔 친구들 우산과 내 우산을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당당함이 있어서인지 마냥 신나기만 하였습니다.

그런 내 마음에 심통을 부리고 싶었던지 1교시가 지나고 

 2교시가 시작될 즈음에 갑자기 교실이 어두어지더니

비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우산을 챙겨왔다고 오는 비를 말릴 생각이 없었고

처절한 마음으로 자꾸만 굵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내 표정은

그야말로 슬픔 그 자체였을것입니다.

비를 맞고 가는 아이들.... 우산을 쓰고 가는 아이들......그 틈에서

우산 대신 가방으로 머리만은 맞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정문을

나서려는데.... 건너편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엄마였습니다.  풀죽었던 딸의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신나게 달려 갔습니다.

작은 우산으로 엄마와 내가 쓰려니 옷도 젖고 가방도 젖었지만  딸을 위해

마중나온 엄마를 자랑하고  싶은 욕심에 친구들 앞으로 힘차게 걸었습니다.

물론 부러움에 찬 표정이었던 친구들도 잊지 못합니다.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두 아들에게 그 때 그일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비가오는 날이면 멀쩡한 우산을 쓰고 가는 아이들의 뒷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부러웠던 때가 저에게 있었기 때문이겠죠.

딸을 향해  마중나온 엄마의 마음도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아이 앞에서만은

부러울 것이 없으셨을 것입니다.

가끔 그 때 그 추억을 말씀드리면 눈가에 이슬을 보이시는 엄마는

"그 땐 우산을 사는 것도 참 어려울 때였지" 라며 웃음반 눈물반으로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려 보곤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