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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에 덕담..(이어서)


BY 바바라 영.. 2003-10-17

c.
은근슬쩍 토킹어바웃이 시작되었는데..
그간 기사생활을 하면서
이 택시에 몸을 실은 사람들에게
기사님이 복을 빌어주고
덕담과 싸인을 받아 모은 수첩(택시덕담어록)이 7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비닐코팅된 자신을 소개하는 글과..
일본신문에 게제된 듯한 복사본과 수첩을 보여주며
엇그제도 주간00에서 인터뷰 했다며
며칠 후 신문에 어필될 것이라고 아주 자랑스러워 하며..
우리에게도 예외없이 복을 빌어주시겠다네..
.
.

이제껏 조곤조곤대던 분위기에서
갑자기 억양마저 고조되더니..
이곳이 택시안인지..
한 맺힌 사람들의 수리수리마수리 굿판인지..


세상에는 정말 별 희안한 사람이 많기도 많다지만..
만날 수도 있고.. 안 만날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을텐데..
우짤꼬~ 여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달리는 차에서 뛰내릴 수도 없고(언냐와 울 강쥐는 우짜고..)
쉘쉘쉘쉘. 뢀뢀..륄? ?
당신은 복을 비는지 몰라도
내 귀에는 외계어로만 들린다.
솰랑솰랑 솰라랑.
.
.

기에 눌려
감히 제가 끼어들 수 없어
그냥 묵묵히 듣고 있는체 하고 있었슴다.
'가끔 메스컴에서 약먹고 운전하는 위험한 기사들이 있다는데
좀전 까지는 말짱했는데.. 이제야.. 약발이 동하는 갑다.'
보이스도 뎡말 박수무당일세..


배 곯턴 어렸을적.. 뉘집에서 굿하는 소리만 들리면
돌려주는 떡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뿌듯했던 동심의 추억도 있고..
회심곡..에 빠져든듯 듣고 듣고 또들으며..
격정에 일렁이는 마음과
속을 흩어 주는듯 후련스러움에 눈자위가 짓물도록 울던 때가 있던 지라..
이런 운률에 새삼 알러지 일으킬 것은 없는데
말하자면.. 엽기스러워지는 공포분위기를
연상하게 되는 그 순간..
(사실 나보다 겁많은 언냐가 곁에 앉아
느낄 공포스러움을 염려하느라고 내용은 설 들었던거다.)
.
.

이때..내 귀에 뚜렷이 들리는 소리
'누가 탄 00보다 더 비싼 00를 타게해주시고..'
(뭬야?? 복이라고 빌어주는  뢀뢀..륄이
기껏해야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물질을 맘껏 누리는 그런거 갖는 것을 비는겨 ??)
초등학교 아이들도 산다는 로또인지.. 그런 복권들 단 한번 산 적이 없다.
정말 내가 빌었다면..
자신의 노력이 그대로 반영됨을 의혹치 않아도 되고..
질곡스런 어려움이 극복되는 어려움으로.. 영감(inspiration)을 받도록 도와주소서라고
빌었을 것이다.


이제 복을 다 빌으셨는지..
덕담을 쓰라고 수첩을 언냐에게 건넨다.
조금전까지는
그 싸인을 안 하면 여기서 온전히 나가기가 ... 듯 했지만..ㅋㅋ
'빌어준 그 복 그대로.. 아저씨도 받으셔요'로 응답해주고나니


일순.. 두려움이 화로 변질되어
공자왈.. 맹자왈.. 기사와 승객의 관계.. 서로가 지켜야 되는 격등..
쏟아부을 말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언니의 단 한마디에 나의 화는 콩나물대가리처럼 토옥 떨어지고 말았다.


'동생한테 하라고 할께요..'
얘가 작가거뎐요.. (민망해서 화의 꼭지가 앞좌석 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나의 상상과 달리(택시안은 큼큼하고 내 시력으로는 기사님의 안색을 살필수 없어
목소리와 제스춰로만 아웃포커싱 했는데..)
기사님의 인상이 선해보이고 눈이 초롱초롱하고 안면이 훠언했다느 거다.
뭔가 남에게 센세이션한 덕담을 꾀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여
분위기에 동조되어 저도모르게
뭔지 모르지만 도르륵대는 것을 즐겨하는 나를
작가로 승격시켜 덕담하라고 한 것이다.(이건 사기인데..  ㅋㅋ..
하지만.. 아줌마방에서 몇자 적으면 아뒤옆에 눈이부시도록 작가000라고 붙지 않던가..또 ㅋㅋ..)


졸지에.. 이번에는 화가 고민으로 바뀌었다.
그 말을 믿는듯.. 한 줄 기대하는 아저씨의 또다른 순진한 모습과
곧바로  례의를 갖춘 대한민국의 기사님이 되시었는데..
차마.. 이제껏 벼르던 진지한 말들은 쓸수가 읎고..
실망치 않도록 근사한 글귀를 남겨야 하는뎅.. 으~~


흔들리는 차안에서 삐뚜르 빼뚜르 뭐라 했든가..
삶에서 느낀 귀중한 의미들이 결실맺기 바란다 했든가??
이 말은 신문에 소개되기를 기대하는 그 작은소망이
언젠가 조.중.동에 엽기적(유독 엽기적이라고 생각된 것은
만약.. 밤에 여자 혼저 탓을 때 감당해야 되는 분위기에 대한 염려로..
아함.~~ 이것은 기사님의 그날 기분에 따라 사람에 따라 강약을 조절할 터??)이지만..
독특한 기사님으로 소개될 날을 나도 기대하겠다는 마음으로 쓴 멘트다.) 


끝으로..
10월 중순에 주간00에 자신이 나올거라했는데..
그래서 내도 읽어볼 수 있으면.. 읽고 몇자 인터넷에 리플할께요..했는데..
재밌는 기사를 읽다가 그 신문을 읽지 못한것이 문득 떠 올라..
나름대로 유머스럽게 흉내는 내었는데..
92% 부족한 이 느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