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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마
정 채 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설악산 대청봉에 첫눈이 내렸다고..
아침바람이 찬 이런날은
내가 먼저
\'엄마,잘있냐고 건강은 어떠냐고\'
전화를 해야하는데
어쩌다 기회를 놓쳐 내가 전화를 받는다
\'야야,간밤 꿈에 니가 보이더라
뒤숭숭해서 전화했다
아픈데는 없나,애들은 잘있냐\'
이런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시려온다.
언제까지
나는 그분들의 어린 딸일까
아직도 나는 덜 여문 열매 인가보다
\'엄마~~하고
나즉히 소리내어 불러보면
나를 불러주는
또 하나의 목소리를 듣게된다
내 딸도 마음이 서늘한
어느날 나를 그렇게 불러보고 싶을까
그래서 마음이 더워질 수 있을까
엄마~~
나 잘있어요
가끔 이 나이에도
가을을 타긴 하지만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인거 같아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어도
그리고 우리의 이름이 \'엄마\'라해도
\'여자이니까\'
언제 나랑 가을 나들이 가실래요
데이트 신청할까요
엄마랑 나랑
그렇게 가을을 보고
가을을 만지고
가을을 한웅큼씩만 가지고 와요
그러면 마음이 뿌듯해질 것 같아요
전화 드릴께요
\'엄마,고운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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