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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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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일기장에서


BY 소심 2003-10-11

 

       사랑을 따로 떼어 내서 생각하다.

    비록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다 해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을 사랑이라 여겨 왔다.

    풍성한 샘물이 다 말라 붙고 몇방울만 남게되어 그것으로

    혀를 적시고 갈증을 간신히 모면할 때 바로 그 몇방울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것은 불만을 동반했다.

    욕정과 격정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스스로 말라 붙어 버렸다.

    자신의 한부분 지극히 적은  한 부분을 내어 준 것이지

    온몸과 마음을 내바친 사랑이 아니었다.

 

    이기적인 사랑이었다.

    자기만족을 위한 사랑이었다.

    화를 내고 무례하고 굴며 참지 못하며, 자랑하고, 불친절하고,

    앙심을 품은 불완전한 사랑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사랑해온 것이 모두 가식이었고 형식이었음을 깨닫다.

    두려운 일이다.

    입으로는 사랑을 부르짖으면서 행동으로는 전혀 다른 감정을

    실천하고 있었던 내 옛모습이.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기준과 질서 규범이 하나씩 무너진다.

    아 , 부끄럽다.

   

 

           .........중략........

      

       무엇으로 축하와 기쁨을 전할까.

    하느님의 현존속에 '주여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만을

    겸손되이 찾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얼마나 순수하고 진짜인가를 재는 유일한

    척도는 자기가 얼마나 사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얼마만큼 실천하는 가에 있다고 봐.

    다시 주어진 값진 생애.

    부디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성모님을 닮아 아름답고 거룩하게

    수놓기를 바라요.

 

                  81.  7.17일  (오혜령의 일어나 비추어라)중에서

 

    빛바랜 일기장에서 위의 글을 발췌하여 보았습니다.

    그당시 나는 갖 신앙을 가지게 된 예비신자 였고 대대로 내려온

    구교집안도 아니어서 그리스도인에 대해서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어렴풋한 상태 였다고나 할까요.

 

    서점에서 그때당시 암에 걸린 오혜령의 실화적인 소설 '일어나

    비추어라'를 사서 읽고 진한 감동의 부분을 기록해 두었나 봅니다.

    다음해 결혼하면서 책은 가져 오지 못하였만 일기장에 기록된

    글들은 결혼생활을 해가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구절중의

    한 부분이었나 봅니다.

 

    부부간의 사랑이 흔들임이 왔을 때도 들추어 보았던 내용.

    아이의 건강 때문에 고통속에서 아파하면서도 오혜령의 암의

    고통을 이겨가는 삶을 간접체험으로 느끼면서 어쩌면 나의

    인생도 닮아 가려 노력했음인지도 모를 일이네요.

 

    이러한 글들을 보면서....

    그러던 내가 사이버 작가방에  가끔씩 나의 내면도 올리면서

    공유되어가는 우리 에세이방 ,작가방의 가족들과의 사랑을

    느끼면서 ...

    마음속의 글이란 타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고 싶어 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찬란한 가을날 아름다운 삶의 시각에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게

    그리고 우리들의 여러모습의 내면들을 비밀번호만 누르고 자판만

    두드리면  외칠수 있게 배려 해주신 아컴에 감사하다는

    그러한 진실의 마음이 생겨 나기도 하네요.

 

    만약 이러한 공간이 없다면...

    이렇게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

    그렇게 그렇게 생각 해보게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빛바랜 일기장에서...

    나를 만들어준 이들의 추억들을 읽으면서 글의  중요성에 대해서

    글을 쓰는 자신의 모습도 되돌아 보면서 허허로운 나의 모습

    소탈하면서도 진실한 모습의 나를 기대 해 보기도 합니다.

    오고 가는 삶의 얘기 들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넓어지는 마음천막 넓이를 느끼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