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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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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아버지들의 아지터


BY Maureen 2003-10-09

오늘도 집안일을 후다닥 끝마치고 거울앞에 서서 간편한 화장을 끝내고 외출복으로 갈아입는다...그러는 동안에 두돌되지않은 눈치빠른 아들녀석은 벌써 유모차에 올라타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한다...

녀석은 또 그곳으로 간다는걸 안다....

그 할아버지들의 아지터....

녀석을 낳기전에도 늘상 혼자 가던 할인마트 지하서점....

이젠 녀석이 생겨서 그전보다 덜 외로운감은 있지만....정독하기는 글렀다...

그 서점의 휴게실엔 오늘도 낯익은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별말없이 앉아계신다...

할머니들은 여자들 특유의 수다로 재잘재잘거리는 반면 할아버지들은  한할아버지의 한마디 뚝 던지는 말에 그냥 허허 거릴뿐이다...

오후의 나른함을 깨우기위해 자판기커피한잔이 고플땐 난 그 휴게실을 일부러 들른다...

아니...그건 핑계거리다...

아들녀석이 그 공간을 넘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한때 아들녀석은 밖에 나가는 시늉을 하기만 해도 울음을 터트릴정도록 무지 싫어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녀석은 이 공간에 있을때는 전혀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느끼지 않았다....유일하게도...

녀석은 이 공간에서 마치 자기가 주인인양 활개를 치듯 돌아다니고 보통때보다 두배로 재잘거린다....

이런 녀석의 기고만장함은 그 할아버지들의 든든한 후원에서 비롯된다고 볼수있다...

할아버지들은 녀석의 종잡을수 없는 몸짓 하나하나에 호기심을 보이고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해준다...

녀석은 더욱 신나서 재롱을 피우고 그 모습은 마치 놀이동산의 작은 꼬마삐에로를 거의 연상케한다....

 

아들녀석을 무지 빼닮아서 다른 할아버지들조차도 '혹시 친손자아니냐 '라는 말을 곧잘 듣는 허허할아버지....

술을 마신것마양 코랑 뺨이 항상 빨그스럼한 울긋불긋할아버지...

당신도 빼빼이면서 아들녀석에게 밥 좀 많이 먹어라고 핀잔주시는 빼빼할아버지...

항상 별말 없이 미소만 지으시는 빙그레할아버지.....

할아버지들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자기가 피우고 싶은 온갖 재롱을 다 피우는 아들녀석을 보며 흐뭇하면서도 그 동안에 아들녀석의 기를 넘 죽인게 아닌가 하는 자책을 해보기도 한다...

어떤 공간에서도 녀석이 이처럼 행복해 하는 표정을 본적이 없던것 같다....

일년에 몇번밖에 못보는 친할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할아버지들이 넘 고맙다....

신나게 놀다가 지친 나머지 잠투정을 하는 녀석을 유모차에 태우고 약간의 아쉬운 표정을 짓는 할아버지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오늘도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