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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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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곁에있어도그립다.


BY 구절초 2003-10-09

가을단상

가을이다 정말 모든것이 그리운 가을

꼼짝없이 같힌신세가 되니 너무나 더욱 절절히 가을이 그립다. 그냥 절박하다고 해야할까?

30년동안 중독되어온 가을 을 온몸에 금세 퍼지는 독처럼 그렇게 국화향내를 부지런히 젖여들게 하고싶다. 그러나 꼼짝못한다. 19개월된 딸과 2개월된 아들을 두고있으니 어딜 가겠는가?

어느시인의 말처럼 그대가 곁에있어도 그립다고 했던가? 아마 맘대로 훌훌 떠나지 못함에 더욱 간절한지도 모른다. 쌀쌀한 바람이 금세불어서 가을이 없이 그냥 겨울이 와버릴것만 같아서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하고 마음만 동동구른다. 아파트에서 국화향내한번 맡기가 어렵다. 지독한 아줌마들......

어느집 구석에서 국화한송이를 심지않아 그 진한 그리움이 절절끓는 그 향내를 전혀 느낄수가 없다. 물론 나도 그 독한 아줌마들중 한 아줌마가 되어있다.

밤 9시 두놈다 재우고 신랑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큰길가에 중학교에 갔다.

차가워진 가을 밤바람도 내 표피를 뚫고 세포속속들이 파고 든다. 기분이 좋다.

많은사람들이 살을 빼기위해 땀을 흘려가면서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나는 국화향내를 맡기위해 걸었다.중학교에는 당연히 국화가 있어주었다. 꽃망울을 다행히도 터트려 주었다. 진한 향기가 몰려왔다. 가지하나를 꺽어서 가디건 주머니에 넣는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그냥 왔다. 물론 신랑이좋아하는 콩나물과 감자 그리고 문구점에서 월간지 좋은생각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큰길건너 식육점 앞에 붉은조명을 받고있는 국화화분이 있었다. 너무예뻐서 일부러 건너가서 보고왔다.낮에만해도 보채는 녀석들 때문에 겨우 목을 가누는 아들을 업고 딸은 안고 예방접종을 했던 내 모습이 생생하다.

30분의 이런 여유가 그냥 행복했다.

 

세월이 흘러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나의 독백조차 읽어줄 친구가 없다.

설령 친구가 있다고 해도 이런  대화가 통할지 모른다.

우리 아줌마 가족에게 띄우는 최초의 가을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