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들녀석이 뭐가 무섭다고 "엄마 화장실 좀 같이 가줘요"라고 했다.
사내녀석이 집안에 있는 화장실이 뭐가 무서워 엄마를 찾느냐고 야단을 치니 입이 비쭉이 나와서는 밤에는 무섭다면서 화장실 문앞에 서 있어라고 반 명령을 내린다.
할 수없이 아들이 들어간 화장실 문앞에서 문지기가되어 쭈그리고 앉아 있으려니 옛 날이 아스라히 잡힌다.
지금에야 화장실이 말 그대로 화장을 할 정도로 깨끗한 곳이지만 옛날의 화잘실이란...
화장실이란 말도 없었다.
그냥 뒷간으로 불렸으니까..
우리가 살던 시골집 뒷간은 큰 앞마당을 거쳐서 대문 옆에 있는데 한 쪽은 거름을 만들던 거름간이고 한 쪽을 뒷간으로 사용했는데 말이 뒷간이지 어린 나의 눈에는 항상 무서운 곳이었다.
낮에는 그런대로 무서워도 마당 한귀퉁이에 몰래 볼일을 보지만 밤에는 항상 엄마가 우리방에는 요강을 준비해두어서 작은것은 해결을 했지만 그날 저녁의 반찬이 괜찮은것이 있었던 날은 꼭 큰게 보고싶을때가 있었다.
그런날은 나는 꼭 아버지를 불렀다.
"아부지 내 뒷간 가야되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나오셨다.
후라시를 챙기는것도 잊지 않으셨다.
전깃불도 없던 시절 아버지는 문앞에 밝은 빛을 남겨주심으로서 딸에게 무서운 뒷간을 사랑으로 밝혀주신것같다.
어쩌다 그것마저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아버지는 헛기침으로 딸의 무서움을 거두어 가시곤하셨다.
그 헛기침도 내가 무서움이 들라치면 밖에서 들려오던 아버지의 헛기침소리"나여기 있다"
라고 들리던 그 소리가 오늘밤 그립다.
다음에 아들이 또 나를 문지기로 찾는다면 나도 아버지와 같은 헛기침사랑을 한 번 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