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싹 쓱싹..
어김없이 이른 아침 밖에서 들리는 소리다..
(우리집..1층..밖에서 일어나는 소리 거의다 들림..)
어느땐 잠에 취해 아무 소리도 듣지도 못하지만.. 오늘 아침엔
어김없이 그 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네... 아가도 안녕.."
청소를 마치고 꼬맹이와 쓰레기를 버리려 나가며 경비 아저씨의
모습에 인사를 드리고 꼬맹이에게 인사 드리라는 말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울 꼬맹이 고개만 깊게 숙여 인사를 한다.
빙그레 웃으시는 아저씨..
깊게 주름 패인 까만 얼굴에.. 이젠 하얀 머리카락을 찾기 보단 검은 머리카락
찾기가 더욱 쉬워졋을 정도의 백발....
사실 아저씨라기 보단 할아버지가 맞다..
경비할아버지에게서 난 나의 아버지를 본다..
이곳은 시골이다..
시골이긴 하지만 다른 여느 시골보다는 번화가인 시골이라고 해야하나..
또한 아파트라고 하지만 딸랑 두동에 칠십여세대가 사는 ..
도시에서는 아파트 축에도 끼어들지 못할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명색이 아파트인지라.. 허름한 경비실에 할아버지는
오늘도 출근을 하시고 이곳 저곳을 손보시고.. 청소도 하시고..폐지를 걷어
살림에 보태신다..
어느때인가는 할머니께서 관절로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손수 밥을 지어 드시고
병간호에 아파트 청소에.. 힘들어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콜록 콜록 콜록"
그리고 뿌연 담배연기.. 까맣다 못해 붉은기마저 감도는 얼굴..
이 모습이 나의 친정아버지의 모습이다..
친정이 멀어 자주 찾아 뵙지 못하고..기껏 일년에 두세번이 고작이다..
농사를 짓기에.. 언제나 바쁜 일탓에 자식들집에 조차 거의 방문이 없으신 아버지..
"콜록 콜록"
대문을 들어서면 자주 뵙는 아버지의 모습은 연신 기침을 하시며
힘든 하루를 연기에 날려 보내시기라도 하시려는 듯
뿌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시며 담배를 피시곤 한다..
검붉은 얼굴.. 열살짜리 손주녀석 보다도 더 야위신 팔과 다리..
깊게 주름이 패여 이젠 어느 한곳 팽팽한 곳이라고는 찾아 볼수 없는 모습...
입맛이 없으시다며.. 울 꼬맹이 밥만큼만 진지를 드시고
수저를 놓고 일어서신다..
항상 피곤한 일과에 눕기만 하시면 코부터 고시는 아버지..
그리고 또 한가지의 모습..
항상 술잔을 기울이시는 모습..
일하다 힘들면 힘이 들어서 한잔..
진지를 드시기 전 입맛이 없어 한잔..
주무시기전 의무감(?)으로 한잔..
때때로 동네 어르신들 오시면 한잔..
이렇게 항상 술기운에 .. 술냄새를 풍기신다..
이런 아버지가 난 몇년 전만 해도 싫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젠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고..그런 아버지의 술냄새가 싫지 않다..
어느 때인지 모르지만..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런 아버지의 모습은 엄마는 지금도 싫어하신다..
엄마의 잔소리는 항상 아버지를 따라 다니고..눈살을 찌푸리시는 엄마..
하긴 그런 모습을 늘 보고 지내셔야 하는 엄마로선 당연한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런 모습이시니까..
언제나 변한없이 술기운에 일하시고 ..담배연기에 기침하시고..
올 여름엔 형부의 주선으로 우리가족들은 정말 무지무지 오랫만에
가족들끼리의 피서를 가까운 곳에 가게 되엇다..
아버지..엄마..그리고 우리 여섯 남매에 각자의 배우자에 둘셋의 자녀들..
와~~ 무지 많앗구나..ㅎㅎ..
대가족이 모여 정말 벅적거리는 우리들만의 피서를 보냇다..
아버지는 어김없이 술한잔 하셧고..손주들이 뛰어드는 물소리에 빙그레
웃음을 지으시기도 하셨다.
내가 어렷을적.. 아버지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으셧던걸로 기억된다..
고로..거의 친구들이 울 집에 놀러 오거나 하지 않았던 것같다.
아버지는 그런 내색을 하시진 않으셨지만..나의 느낌이 그랬던 것이다..
비록 큰오빠가 결혼을 하고 손주들이 한둘씩 늘어가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손주들을 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거나 안아주시는 모습도 물론
거의 뵐수 없었던 것 같다..
칠순을 훨씬 넘기시고 이젠 여든을 향해 걸어가시는 아버지..
내가 전화를 하면 가끔은 아버지가 받으실때가 있다..
한참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버진..
이가 빠져 발음이 새는 말씀으로..
"애들은 잘 놀지..
언제 한번 시간 내서 와라.. 작은 넘도 잘 놀지.. 고놈 보고 싶다.."
"예..알앗어요..시간내서 내려 갈게요.."
대답은 하지만 내 머릿속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난다..
내 아버지가.. 항상 무뚝뚝하시던 아버지가..
당신 딸이 낳은 손주가 보고싶으시다는 말씀을 하신다..
눈물이 핑돈다..
(그 한마디에 무슨 눈물씩이냐고 하실 분들도 있겟지만..
나에겐 눈물이다..)
적어도 내 아버지에게서 당신 자식조차 보고싶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 표현조차도 볼수없었으니까...
난 이제야 알았다..
무뚝뚝하신 나의 아버지도 이런 말씀을 하실줄
아는 분임을 이제 알았네여..
그 무뚝뚝함 속에 끈끈이 젖어 있던 사랑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당신 살면서 첨으로 엄마께 생일 선물을 사주셨다는 말씀..
그것도 생일 당일날도 아닌 몇달 전에 말이다..
참고로 울 엄마 생신은 아직 멀었다..음력 12월이니까..내년이되겠다..
몫돈이 생겼는데 그때까지는 아마도 돈이 남아나질 않을것 같아
미리 몇달 전에 그리 좋은것은 아니지만 목걸이랑 반지를 사주셧다고 한다..
무뚝뚝함은 아직 그대로지만..그 깊은 곳에 많은 정과 사랑을 담고
우릴 보아주시고 계심을 이제사 난 보았다..
오늘도 술한잔 기울이시고 아마도 일을 하고 계실것이다.
깊게 패인 주름사이로 흐르는 땀을 닦으시며..
야윈 모습으로 버티고 계실것이다..
여직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린적이 없다..
잘해 드리지도 못했다.
한번 내려가면 보따리에 가득가득 싸서 차에 실어 주시며 검붉은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머금던 아버지..
아버지의 수의를 마추시겠다던 엄마의 말씀에 또 한번 가슴이 아파온다..
잘해드리지도 못햇는데....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제대로 못해 봣는데..
아버지의 모습을 난 오늘도 내일도 항상 그런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다..
십년 뒤에라도말이다..
'뿌연 담배연기.. 검붉은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 술잔을 들이키시는 모습..
무뚝뚝함으로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전혀 모를 모습..
하지만.. 그 속에 깊게 묻혀 사람들이 잘 찾아 내지 못한 큰 사랑을.....'
"아버지..나..아버지 많이 사랑해요..물론 엄마도.."
울 엄마 이걸 보실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보시면 삐지시니까....ㅎㅎ
낼 아침도 경비 할아버지의 마당을 쓸어내시는 소리에.. 난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겟지..
낼 아침엔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타서 할아버지께 드려야겟다..
경비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무지 엉성한 글이네염..흉보지 마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