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에 감기는 기온이 지난 주 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고 보니 신호등 근처에 나뭇 잎들도 그 색깔이 아니다.
미루고 미루던 옷 정리를 아니 할 수가 없을 정도인 듯 하야
오전 내내 옷들에 묻혀 지냈다.
왠 옷들은 그렇게도 많은지.
외출이라도 한 번 할라면 입을 만한 옷은 보이지도 않더니
정리를 할려고 드니 왠만한 옷가게 저리 가라 할 정도이다.
대부분이 몇 년은 족히 될만한 이력을 가져서 썩 괜찮아 보이는 옷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에휴.
늦가을에 입을 정장 한 벌
그런데 걱정이 앞서는 것은!!
작년부터 부쩍 이곳 저곳에 붙기 시작한 살들이
도저히 용납하지 않을듯 한데. 일단은 입어 보았는데.
이럴 수가. 여며지지가 않는다.
윗옷은 단추를 풀어 입어도 그리 볼쌍사납지 않기에 그렇다 치더라도
바지의 지퍼는 열어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널부러진 옷은 대충 넣고서
살들에 밀려서 잠겨지지 않는 옷가지들은 아쉬움에
혹시라도 딸이 커서 입지 않을까
아님 필사의 노력으로 예전의 그 허리로 복귀가 되었을 때의 영광스러운 날을 대비하여???
다른 상자에 모셔 두고
정장 그 바지 만은 고쳐 보자 싶어 세탁소를 가니
마침 어떤 손님이 바지의 품을 줄이고 있었다.
'흠마야, 저 여자는 이슬만 먹고 사나...'
"아저씨.이인치 줄여야 겠죠?"
어떡하나,,난 이인치 늘리러 왔는데......
지나가는 바람에 휘청거릴 정도의 몸매의 그 여자가 갈 때 까지는
도저히 말을 하기가 솔직히 면팔릴 지경이고
겨우 그 여자가 가고 나서
씩씩하게 그랬다.
"아저씨, 2인치 늘려주세요."
그럭저럭 나이만 먹는게 아니었나 보다.
살아 온 만큼 얼굴에 철판을 깔기는 예사이고
어느날 문득 거울 앞에 선 누님의 얼굴처럼 품위 보담
그저 천연덕스러움도 더해 가고
계절마다 옷 정리를 할라치면 하나 둘씩 가지 수도 늘고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는
지난 밤에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는 북슬거리는 내 얼굴과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 허리 살들.
그들과 아마도 같이 길을 걸어 가야 할 동반자인 것인지.......
(스타일 구겨진 오늘 하루)